세종 이상수국장

학교폭력은 과연 근절될 것인가. 장담컨대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이런 판단이 어쩌면 도발을 넘어 절망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아니, 학교폭력이 결코 근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니, 이 무슨 망발, 그래도 묻는다면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다시 대답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근절의 문제가 아닌 예방적 접근이 최선이라는 역설적인 강조다. 사후적, 결과적 접근이 아닌 예방적 접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문제라면 벌써 근절되었어야 옳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대책들이 나왔고 정부에서는 ‘4대 악’의 하나로까지 간주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간의 문제일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근절될 수 있을까. 역시 아니다. 학교폭력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오히려 더 교묘한 방법으로 진화되고 있다. 얼마 전 117에 접수된 2013년 학교폭력 신고 중간결과에 의하면 신체적 폭력과 같은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정서적 폭력은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왜 이렇듯 지금까지의 제시되어온 방식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폭력은 줄지 않는 것일까. 대책들이 시원치 않아서일까. 처벌이 약해서일까. 좀 더 시원한 대책이 나온다면 해결될 수 있을까. 좀 더 뜨거운 맛을 보여줄 수 있는 강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다. 학교가 존재하는 한, 아니 인간이 군집을 이루어 생활하는 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듯 학교폭력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간도 동물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상 본능적으로 타고난 공격적인 일면들이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갈 수밖에 없는 청소년기의 독특한 심리적 특성도 작용한다.

여기서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접근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민은 이것이다. ‘근절의 문제’인가. ‘관리의 문제’인가다. 타깃이 분명해지면 문제의 해결은 쉬워질 수 있다. 학교폭력은 근절의 문제가 아닌 관리와 끊임없이 줄여가려는 노력의 문제란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접근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관리와 노력의 문제라는 시각적 전환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일시적인 처방,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피상적인 대책만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꾸준한 교육을 통해 다듬어지고 폭력이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고 상처를 주는 행위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예컨대 암을 근절할 것인가. 잘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와 흡사하다. 의학적으로 암은 완치란 없다. 악화되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잘 관리해가는 것뿐이다. 관리 상태에 따라 그 결과는 건강한 삶이 될 수도, 죽음이 될 수도 있다. 그 세심함이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다. 교육현장의 암인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 문제를 새로운 패러다임, 즉 근절이 아닌 관리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근절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그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를 근절의 문제로만 접근해왔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근절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글 전개에서 지적한 그대로다. 단 한 번이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적이 있던가. 필자가 “학교폭력은 결코 근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표현을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에 대처해가는 긴 호흡도 필요하다. 학교폭력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일거에 묘방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근절이 아닌 끊임없이 줄여가려는 노력,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선제적 노력,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등이 중요하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문제는 근절이 아닌 예방적 관리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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