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식 진로 교육 … 직업 재활교육의 메카”

[대전투데이 대전= 이정복 기자]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향기로운 커피 향이 그윽하게 퍼진다. 입구에 자리한 카페 ‘뜰’에서부터다. 점심시간을 조금 지난 시간, 산책 나온 지역주민들의 방문으로 카페에 활기가 돈다. 여느 카페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카페 ‘뜰’은 사실 대전혜광학교에서 운영하는 학교기업이다. 대전지역 특수학교인 대전혜광학교(교장 송석웅)는 5개 학교기업을 운영, 직업 재활교육의 메카로 잘 알려진 곳이다. 대전혜광학교는 현재 △천연비누를 생산·판매하는 ‘비누공방’ △운동화 빨래와 세탁 등을 하는 '클린세탁'△청소와 용역활동을 하는 '서비스용역' △외주산업체의 임가공을 담당하는 '조립·외주활동' △커피 등을 판매하는 카페 '뜰' 등 5개의 학교기업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혜광학교의 직업 재활교육은 '전공과 교육과정'과 '학교기업'으로 나눠 운영된다. 이 중 '전공과 교육과정'은 고교 과정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5개 분야 8개 학급으로 2년간 맞춤형 무학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2009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전공과 ․ 학교기업 운영 … 장애학생 실습 ․ 취업지원

지난 1995년에 정신지체 특수학교 19학급으로 개교한 대전혜광학교는 올해로 개교 19주년을 맞았다. 현재 34학급의 유․초․중․고 전공과에 이르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전공과 교육과정과 학교기업 ‘파인잡(Fine Job)'을 꼽을 수 있다. 장애학생들은 대부분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보호기관에 위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전문적인 직업재활 교육을 통해 자립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장애학생들에게 맞춤식 교육을 펼치는 전공과 진로․직업 교육과 취업으로 이어지는 특색있는 학교기업 사업이 있다. 이 학교의 전공과는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2년간 맞춤형 무학년제로 운영된다.

획일적인 학년제의 틀에서 벗어나 개별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는데 크게 자립생활과 전문직업 교육과정으로 나뉜다. 전공과 70여 명의 학생들은 비누공방,클린케어반,조립생산․외주작업반,서비스용역,바리스타의 5개 분야의 8개 학급에서 실습하고 있다.

대전혜광학교 최영철 교감은“특수학교는 분리교육이다 보니 학생들이 정작 사회에 나가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게 될 때 어려운 점이 많다”며 “학교기업을 통해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 학교기업 등록

대전혜광학교는 2009년 특수학교 가운데 전국 최초로 학교기업을 등록했다.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1년 장애학생들의 직업 훈련 전용공간인 ‘해오름관’을 개관하고 본격적으로 학교기업‘ 파인잡(Fine Job)’운영에 들어갔다.

‘파인잡(Fine Job)’에는 카페‘뜰’외에도 천연비누를 생산․판매하는 ‘비누공방’과 운동화 빨래 및 세탁관련 분야의 취업을 위한‘클린케이’, 실습 중심으로 청소와 용역활동을 하는 ‘서비스 용역’ 외주산업체의 임가공을 담당하는 ‘조립․외주활동’이 있다.

학교기업을 운영하는데 협력업체 및 지역주민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장애학생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135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혜광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교육과정을 리뉴얼하고 카페 내에 교육시설을 확충해첨단시청각 시설, 다양한 교보재시설을 갖췄고, 향후 바리스타 교육과젇을 공유해 학샐들의 경력 개발과 전문적 교육도 맡아서 할 예정이다.

성심당은 ‘바리스타반’ 학생들에게 카페에서 판매하는 쿠키 제작 연수 및 현장실습 장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에스프레소코리아도 각종 커피 기자재 사용 연수를 비롯해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공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지역 우수업체와 산학협력을 맺고 조립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직업재활에‘자신감’

대전혜광학교는 내실있는 전공과 교육과정 운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결과 2011년 전국 100대 학교문화 우수학교,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또 같은 해에 대한민국 좋은학교 박람회 우수학교, 2012년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 우수학교, 2013년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 우수학교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명실공히 특수교육의 메카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대전․충남 특수학교 최초로 비즈쿨(Bizcool)에 선정돼 중․고등부, 전공과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비즈쿨 가족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학교기업이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교문에 학교기업 푯말을 거는 일조차 민원이 제기될 정도로 지역주민의 거부감은 컸다. 하지만 학교는 포기하지 않았다.

학부모, 지역주민을 초청해 수시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의 직업훈련 공간인 ‘해오름관’을 개방해 천연비누 만들기, 바리스타 교육 등의 무료교육을 시행하기도 했다. 학교담장은 허물어지고 공원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역주민의 인식이 바뀐 것은 물론 학생들의 문제 행동도 많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학교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지역주민들이 해오금관을 이용하는 발걸음이 늘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지역주민이 자주 오다 보니 외부인을 낯설어하고 피하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대인관계를 맺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는 이 학교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1박 2일간 서울 The-K 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전국특수교육정보화대회’ 및 ‘제10회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전국특수교육정보화대회 인터넷 ITQ 부문에 출전한 대전혜광학교 전공과 김병권 학생(지도교사 조현일)이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또한, 18회 대전시 하계 사설도장 유도대회가 지난 8월 30일 명석고등학교 체육관에서열린 18회 대전시하계 사설도장 유도대회에 참가한 이 학교 최정호 학생이 1위, 양철현 학생 2위, 양현구 학생이 3위를 차지했다.

장애학생들의 자립의지는 취업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학교기업이 생기기 전 1,2명에 불과하던 취업자가 2011년엔 졸업생 45명 중 10명이, 2012년엔 졸업생 43명 가운데 13명이 건강카페,무지개복지센터 등 일반산업체에 취업하는 성과를 얻었다.

대전혜광학교 송석웅 교장은“학생들이 장애라는 어려움을 딛고 사회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든다”면서 “이는 우리학교 교직원들의 노력과 함께 지역사회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장은 “앞으로 우리 학교가 장애학생들의 자립의지를 돕는 학교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학교로 발돋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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