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완연한 봄인가 했더니 꽃샘추위 그녀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쉬이 내어줄리 없지. 근데 어쩌겠어. 불어오는 그 바람 어찌 감당할 수 있겠어. 여기저기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며 뾰족뾰족 돋아나는 봄 세상을. 햇볕이 유리창에 착 붙어 온기가 전해지는 오후.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자주 찾는 카페에 들렀다. 그 곳에 가면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덤으로 교육 정보는 물론, 다양한 자료들까지 만날 수 있어 좋다.

그 날‘교육이야기 코너, 에 유독 눈길을 끄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2015년 3월 11일 발행된 미국의 <허핑턴 포스트>에 의하면 많은 연구에서 교사의 우울 정도가 다른 직업군보다 높게 나왔다’로 시작되는“선생이 저러면 안 되지"그 말 참 우울합니다. 라는 제목의 어느 여 선생님 글이었다. 지난 2월에 발표되었던‘교사 된 것을 후회 한다’한국 OECD 1위라는 보도가 오버랩 되면서 백번 공감됐다. 교사들은 언제나 남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야 한다는 직업적 페르소나로 인해 더 힘든 게 사실이다. 도덕적이고 착해야 한다는 과도한‘슈드비 콤플렉스’로 교직에 대한 회의는 물론, 자존감이 저하되어 무력해지기 일쑤이다.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란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언제나‘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상태를 말한다. 참된 교육자, 좋은 남편 아내, 아빠 엄마, 다정다감한 며느리와 딸, 명쾌하고 배려 깊은 상사, 의 모습에서 이탈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나는 어디에도 없다. 늘 과도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너져 내릴 뿐이다.

최근 SNS 상에서‘당신의 감정은 안녕하신지요?,‘하루 몇 번이나 뚜껑이 열리십니까?’라는 질문에 맞닥뜨린 적이 있다. 답은 결코 안녕하지 못하다. 뚜껑은 글쎄? 생각해보니 자주 열리는 편이다. 중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그 빈도가 잦아진 게 분명하다. 한 움큼의 햇살에도 까닭 모를 눈물이 고인다. 때론 우울증을 넘어 분노조절장애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 내 모습들이 사실 낯설고 두렵다.

누구에게나‘또 다른 나’가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에겐 양면성이 있다. 살면서‘또 다른 나’를 느낄 때가 있다.‘또 다른 나’는 실제로 보여 지는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여겨진다. 은밀하고 어두운, 하이드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살아가자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의 모순된 모습이 지킬과 하이드로 분리돼 자주 표출되곤 한다.

사회적 불안이 늘어 갈수록 개개인은 분노, 두려움, 연민,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정신적인 공허 상태가 자주 나타난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을 때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삭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정은 참거나 눌러서 억압한다고 해결되진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몸과 마음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감정조절 연습이 그래서 필요하다. 감정을 현명하게 잘 다스리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키를 쉽게 남에게 넘겨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스스로 감정을 느껴야 한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래야 영혼의 우물이 맑아지고 삶이 행복할 수 있다.

연두 빛 날개 달고 너울너울 봄이 온다. 담장 밑에 민들레는 벌써부터 이쁜 촌티를 내며 노랗게 웃고 있다. 봄은 느린 듯 더딘 듯 그렇게 불쑥 왔다 울컥 가 버릴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잠깐 멈춤의 시간을 가져보자. 코끝에 느껴지는 봄바람의 숨결을 느껴보자. 그런 여유가 이래야만 한다 저래야만 한다는‘슈드 비 콤플렉스’시달림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감정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충전시켜 주는 것은 강물처럼 스스로 흐르게 내 버려두는 것은 아닐까. 봄 햇살 속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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