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수 편집국장

국무총리나 대법관, 감사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나 국정원장 그리고 각부 장관, 이들은 모두 이 나라를 책임지고 국정운영을 이끌어가는 고위공직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을 임명하기 전에 반드시 국회 청문절차를 거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그만큼 이들의 책임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통합,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 능력과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청문회를 거쳐서 이들의 자질을 검증해야 하며 그래야 국민들이 믿고 신뢰하며 따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절차 중의 하나이다. 청문회는 또한 나라의 중책을 맡아서 국정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의 자질과 국정 수행능력을 비롯한 해당분야의 식견,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단과 추진력 그리고 도덕성과 책임성을 겸비한 적임자인지를 임명하기 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서 청문절차를 거쳐서 임명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완구 국무총리나 지금의 장관이나 법관내정자의 청문회도 예외는 아니다. 모름지기 국가를 경영하는 위정자들은 그들의 학식이나 명예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헌신 봉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런 청문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믿고 따르기 때문에 그들의 능력이나 자질의 검증-평가가 냉혹하고 혹독할 수밖에 없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말로서 그 뜻은 “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유교에서 강조하는 올바른 선비의 상을 제시한 것이며 그것이 고위 공직자의 길이요 21세기 진정한 리더의 주요 덕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은 후 가정을 돌보고, 그 후 나라를 다스리며, 그런 다음 천하를 경영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선비가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알려주는 지침이기도하다. 송나라 성리학자인 주자(朱子, 1130~1200)에 따르면 『대학=大學』은 대인(大人)의 학문, 즉 군자(君子)로서의 올바른 행실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대인, 군자는 요즘 말로 덕이 있는 공직자, 21세기 글로벌 리더라 할 수 있다. 대학에는 3강령(綱領)과 8조목(條目)이 있다. "천하를 다스리고자(평천하, 平天下) 한 사람은 먼저 그 나라를 다스렸으며(치국, 治國),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 집을 다스렸고(제가, 齊家), 그 집을 다스리고자 한 사람은 그 몸을 다스렸다(수신, 修身). 먼저 자기 자신에게 철저한 도덕과 인성을 쌓으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큰일을 도모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과 그 주위부터 잘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대통령의 자녀 및 친인척의 비리, 재벌2세 및 재벌가의 비도덕적 행태 등 사회 지도층의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자기 집안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큰 기업이나 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충고이자 충언이다. 큰일을 도모하기 전에 자기 자신과 주위부터 잘 정리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야 타의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자(治者)가 되기 전에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모두 완벽히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어려서부터 성장과정의 모든 부분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사라사욕 없이 처신하면서 자질과 능력을 겸비하고 공직 진출에 나가는데 하나의 걸림돌도 없다면 그야말로 그런 사람은 도덕군자요. 청백리이며 국민의 존경 대상이다. 우리가 고위공직자를 찾는데 청문회를 거치면서 도덕성을 강조하고 준법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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