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며칠 전, 인터넷 한 카페‘산문과 수필마을’코너에‘특별한 숙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 특별한 숙제가 무언지 궁금했다. 어느 시인이 지인의 동시집을 받고 쓴 글이었는데, 특별한 숙제는 동시 제목이었다.‘학교에 학생이 점점 줄어든다고/재완이, 도현이, 요한이, 상대/정인이, 민영이, 윤지, 지수, 나/형제 없는 우릴 불러놓고/선생님은 특별한 숙제를 내주셨다/엄마한테 동생 낳아 준다는 확답 받아오기!/그런데 숙제 해 온 친구/한 명도 없다”(김현숙「특별한 숙제」전문). 참 재밌는 숙제다. 글을 읽다 보니 다른 멋진 동시까지 덤으로 딸려 나왔다. 아주 짧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콩 총알’은 그 중의 하나다.‘꼬투리 속에/장전된 콩알/가을 햇살이/방아쇠를 당긴다/타닥!/타당!/탕’~~~

누구나 학창시절 숙제는 다 해봤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숙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과제들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구지 특별한 숙제를 더듬어 보라면 초등학교 시절 식물채집이 그 것이다. 변변한 식물도감도 없던 시절이니 말해 무엇하랴. 그저 산야를 누비며 낯익은 식물들을 채집해서 헌 책 속에 끼워 넣고, 큰 돌멩이로 꾸우욱 눌러 두었다. 그런 뒤, 잘 마른 식물들을 꺼내 갱지위에 하나하나 붙이고, 그 이름과 특징을 적어 제출하곤 했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금, 웬만한 식물들의 이름에는 꽤나 자신이 있는 편이다.

교사가 돼서도 학생들에게 특별한 숙제를 내 준 기억은 별로 없다. 단지, 방학이면 나름 의미 있는 숙제를 제시하고자 고민을 하긴 했었다. 나름 의미 있는 숙제란 것도 실은 학력신장이라는 미명하에 수행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 땐 왜, 재미있고도 특별한 과제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지난 주 ABC·BBC방송에 보도된 이탈리아 중학교 교사가 내준 특별한 방학숙제가 화제였다.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의 한 중학교 교사인‘체자레 카타’가 학생들에게 내 준 열다섯 종류의 특별한 방학 숙제를 보도했다. 체자레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3개월간의 여름방학을 앞두고 전통적인 방학 숙제와는 다른 과제들을 내놓았다. 그 특별한 숙제들은 이렇다.‘적어도 한 번은 일출을 보라,‘아침에 해변을 따라 걸으며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생각하라’‘부끄러워하지 말고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춤을 추어라’와 같은 것이었다.‘태양처럼 행복하고, 바다처럼 자유로워져라’라는 철학적인 내용의 과제도 있었다.

또한 체자레는‘언제나 공손하고 온화하게 행동하라’‘스스로를 부정적이게 만드는 상황과 사람을 피하라’와 같은 과제를 부여해 학생들이 내면적인 수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잊지 않도록 ‘올해 새롭게 배운 단어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라’‘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라’와 같은 과제도 있었다. 체자레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2015년 여름방학 숙제 15 항목’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단순히 방학을 위해서가 아닌 인생을 위한 숙제’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용자는“당신과 같은 선생님이 있다면, 내일이라도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다.

이 멋지고 특별한 과제들을 접하면서 먼 나라에서만 있는 얘기는 결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교육 현장 곳곳에서도 이미 특별한 숙제들이 부여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 당장 점수 몇 점 더 받기 위한 숙제가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생각하고 사람됨을 기를 수 있는 그런 재미있고도 의미 있는 특별한 숙제들이 더 많이많이 부여됐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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