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부모님과 시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살아온 효부 며느리이자 열녀-

시조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모시고 4대가 함께 살다가 돌아가신 후에도 3년상을 받든 효부로서 남편의 병수발에 5남매를 훌륭히 키우시고 지금도 혼자서 종가댁을 지키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한문공부와 독서로 가문을 지켜온 김태의 할머니를 부여에서 만나, 그의 인생사를 간략히 들어봤다.(편집자 주)

91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한문 공부와 책을 벗 삼아 뼈대 있는 가풍을 홀로 지켜온 김태의 할머니!

하루라도 한문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일 정도로 한자쓰기를 좋아하며 독서를 즐기는 화제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전주이씨 가문으로 시집온 안동김씨 김태의(金泰義) 여사이다.

김태의 여사는 21세의 나이에 결혼한 전주이씨 의안대군 20세손 6남매의 장손며느리로서 시조부모님과 시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살아온 효부 며느리이자 열녀로서 주위에서도 칭송이 자자하다.

안동김씨 둘째 딸로 태어나서 이씨가문으로 시집온 김 여사는 현재 충남 부여군 초촌면에서 고택을 지키며 살고 있다. 91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안경을 쓰지 않으면서 하루에 한문 300자를 써가며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평생공부를 몸소 실천하여 가족들은 물론 주위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커다란 달력 한 장에 사자소학강의록을 펴놓고 한자와 음훈을 써가며 양반가의 며느리로서 흐트러짐이 없이 이씨가문을 지켜온 김 여사는 독학으로 배운 한자실력의 필체에서 며느리로서의 조신함과 여성으로서의 청초함을 잃지 않고 양반가의 며느리, 한국의 어머니상의 내면과 외향적 자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장손며느리로서 시조부모와 시부모님의 3년상을 모두 치룬 것은 양반가의 며느리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1년이 넘게 병수발을 들은 것은 물론이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수술까지 받은 의식이 없는 남편의 병수발도 3년 6개월인데 이를 모두 자신의 운명이자, 숙명으로 받아들인 그야말로 지고지순한 한국의 전통 며느리이자, 아내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열녀가 아닌가 싶다.


치매예방을 위해 책읽기를 생활화하며 날마다 하루에 한자 300여자를 훈과 함께 정성을 들여 쓰심으로서 마음의 수양을 쌓아온 김태의 할머니는 91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직도 정정하시다. 오래된 전통가옥이 세월만큼이나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갈하고 안윽함이 느껴진다.

슬하에 4남 1녀를 둔 김 여사는 50대에 남편을 잃고도 자녀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킨 장한어머니로서 부여에서는 널리 알려진 현모양처이자 어머니이다.

이러한 가풍과 가정교육의 모범을 보인 결과는 안채에 걸린 가훈에서도 알 수 있다. “정직하고 명랑하게 살자!”라는 가훈과 “형제간에 우애 있고 어른을 공경하며 살아야한다”고 강조하신 어머니 김태의 여사의 올바른 가르침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또한 열녀비(공주시 향토문화유적 유형 제32호)까지 세우며 그의 공적으로 후세에 귀감으로 전하는 언니 김태화 여사의 행적에서도 동생 김태의 여사의 품성을 엿볼 수 있다.

안동김씨 김태화 여사가 죽음으로 항거하며 지킨 정절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의 발의로 군수가 세운 열녀비를 보면 짐작이가고도 남는다.

김태화 여사는 임완수씨의 아내로, 남편과 일찍이 사별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슬픔을 맞이했다. 가슴속에 자식을 묻은 커다란 슬픔이었다. 그러나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지극정성으로 3년간 남편의 묘소를 지켰다.

그리고 남편의 3년상이 끝나자, 남편을 따라 음독으로 절의를 지켰다고 한다. 남편과 자식을 여의고 무슨 영화를 누리겠느냐며 남편과 자식의 뒤를 따른 것이다.

이처럼 안동김씨 할머니 자매는 출가외인임을 숙명으로 알고 양가의 가문과 명예를 지키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의 며느리로서, 모성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어머니로서 가족들은 물론 타의 모범으로 살아온 것이다.

아들 이건용씨(교장은퇴, 현대전교원시니어직능클럽서부본부장)에 따르면 “어머니가 우리 5남매를 고이고이 길러서 대학까지 보내시면서 갖은 고생을 하신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 고마움에 눈시울이 뜨겁다며 어머니의 지극한 효성과 자상함, 그리고 인내심과 더불어 절약하고 절제하는 마음이 오늘날 우리가 별 탈 없이 장성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며 고마움을 느끼는 아들의 모습에 본 기자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김태의 여사는 취재중인 본지 기자에게 “‘사자소학’은 우리 선조들이 ‘천자문’에 앞서 아이들에게 한자 공부는 물론, 효와 우애, 대인관계 등 생활윤리까지 함께 가르쳤던 기초학습서로서, 오늘날에도 매우 유용한 인성교육 학습서라서 그저 열심히 쓰고 암송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다”라며 “이것이 무슨 신문기사거리가 되느냐”고 겸언 적어 하시는 데서, 그의 인품과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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