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복 정치행정부 부장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촉구하는 충청권의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당장 세종시민들은 정부를 향해 “미래부의 과천 잔류는 정상적인 세종시 건설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급기야 이번 사안을 ‘제2 세종시 수정 사태’로 간주하면서 집단 행동도 불사할 모양새다. 충청권 4개 시도의회 의장들도 지난 22일 세종시의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미래부의 세종시 조속 이전고시 촉구’를 결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최근 정부는 중앙행정기관의 이전 계획 변경안을 마련하고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에 대해서만 이전을 잠정 결정하고, 미래부를 제외하려는 움직임은 500만 충청민과 20만 세종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미래부를 조속히 세종시로 이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도 지난 9일 세종시 전동면 소재 베어트리파크에서 연석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촉구하는 공동합의문을 채택.발표했다.

이날 충청권 지자체장은 최근 불거진 미래부의 과천 잔류설에 대해 “세종시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설치됐다”며 “세종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이번 사안의 중심에 서 있는 세종시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충청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미래부 사태에 대해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정작 이해당사자인 세종시는 남의 일인 양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이전키로 돼 있는 미래부를 뺀 안전처와 혁신처 두 곳의 신설부처에 대한 이전 공청회는 이번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데 미연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세종지역 시민단체들은 미래 부 세종시 이전을 위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세종시는 이렇다할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이춘희 세종시장의 미래부 사태를 대응하는 자세는 더욱 이해 할 수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강한 의지를 표명했던 그 외침은 어디갔는지...

이 시장은 노무현 정부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초대청장을 지낸 사실상 세종시를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누구보다 세종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것이고,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는데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기자브리핑을 통해 미래부 사태에 대해 세종시 이전과 관련 법률을 기반으로 한 원칙론을 매번 되풀이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8일 기자 브리핑에서 미래부 과천 잔류 기도는 '제2의 세종시 수정안'이라고 밝혔다.이 시장은 최근 행정자치부가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만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행정기관 이전 고시안과 계획을 마련해 이달 23일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안전처와 혁신처의 이전은 다행스럽지만 미래부와 해양수산부 이전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특히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 고시를 위한 공청회를 배제한 것은 이 부처를 과천에 잔류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불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서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 제16조는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를 제외한 모든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신설된 미래부는 당연히 세종시로 옮겨야 하며, 이전을 얼버무리는 것은 법과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이는 지난달 황교안 총리가 이전 기관의 세종시 이전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미래부 사태가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이 걸려 있는 만큼 원칙과 법만 따지며 정부에 대해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이 시장의 소신있는 행정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충청권 정치인사들은 물론 시민단체들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충청권 정치인사들과 핫라인을 구축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이 시장이 앞장서달라는 것이다. 또 과거 세종시 수정안 사태 당시 세종시와 세종시민들이 보여준 발 빠르고 단합된 행동과 결의를 이번에도 보여 달라는 것이다.

특히 이 시장은 우리나라 행정중심도시인 20만 세종시민을 대표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야인 정치인으로서 보여줬던 이 시장의 세종시를 사수하겠다는 그 패기와 열정이 어디로갔는지 아쉽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미래부 사태에 대해 말로만 그칠게 아니라 이 시장의 정치적 역량을 총 동원해서라도 미래부를 세종시로 당장 이전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시장을 선출해준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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