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랑, 가족, 성취감, 뭐 그와 유사한 것들을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나는‘긍정의 시선’에 꽂혀 있다. 그것이야말로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내 일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 그것은 바로 긍정의 시선이다.

나는 어떠한 순간에도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좋아한다. 몇 년 전에 읽었던 그녀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에 담긴 몇 편의 단편 소설들이 떠오른다. 생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닥뜨린 다섯 명의 여자가 막다른 골목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 모습들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두가 속도와 효율성만을 강요하는 시대에 느릿느릿 역행하는 삶도 좋았고, 무엇보다 삶을 긍정하는 그녀의 따뜻한 시선이 맘에 들었었다.

세상은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시선을 바꾸는 것에 달려 있다. 그것은 마치 색안경을 썼을 때, 내가 보는 세상이 그 색깔로 보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내가 만나는 사람의 특질과 장점을 보는 시선을 가질 때만이 긍정적인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장점을 보고, 그것을 칭찬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흐뭇해진다.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준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미국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모이는 기회에 자기 자녀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 엄마는“우리 아이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 잘 부탁합니다.”하고 소개를 했단다. 그런데 미국 엄마들은 하나같이 아이가 잘 하는 것, 특별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란다. 대체로 우리는 아이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기보다는, 단점을 찾아 고치려고 한다. 수박은 수박대로 맛있고 호박은 호박대로 맛있다. 수박을 먹으면서 호박 맛을 기대하지 않듯이 부모는 자녀의 특성을 비교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기본이고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비단 양육에서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단점을 찾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모든 일엔 장점이 씨앗이 된다. 칭찬이 힘을 발휘한다. 장점을 보는 안목이 스스로의 삶에도 플러스요인이 된다는 것은 확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게 쉽질 않다. 장점을 보고 장점을 말하는 것도 습관인 것 같다. 그러니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자꾸 해야 할 일이다. 돌아보면 부족한 것이 참 많다. 에둘러 찾아봐도 잘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추석 마지막 연휴 날 당직근무를 했다. 칠년 여간 해오지 않던 일들이라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막상 사무실에 고요히 앉아 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청명한 가을하늘이 반갑다. 부임해서 지금까지 뭔가에 쫓기듯이 불안정했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릴케의 시‘가을날’이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게 명하소서.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내게는 이제부터 가을주의보다. 모든 것이 그리운 눈물겨운 마음자리. 흔들리지 말고 갈지어다. 내가 나를 따뜻한 긍정의 시선으로 어루만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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