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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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새벽 전남 신안군 어느 섬 초등학교 관사에서 학부모와 주민들이 여선생님을 돌아가며 성폭행 했다는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아무런 안전 대책도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었던 섬마을 학교 관사에서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에게 무참히 짓밟힌 여교사의 충격과 공포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마음이 무너진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주민으로 인해 섬 사람전체가 부도덕 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서 가슴이 더 아프다.

여론몰이를 하면서 섬사람 욕 먹이기 경연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로 국민들의 공분은 싸고 있다고. 해도 섬 주민전체를 몹쓸 사람으로 몰진 말아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섬 주민 몇몇으로 인해 섬 주민모두가 더 큰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면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연좌제 처벌법’이라는 악법이 생각난다.

범죄인의 가족이나 친척이 연좌제에 의해 처형했던 연좌제도는 혈연적 유대가 강했던 조선시대 법을 재연하듯 보이는 모습을 국민들은 비웃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 한다”는 연좌제 금지규정이 법에 명시되어 있는 작금에, 사건을 일으킨 주변사람들을 공개적으로 감시하고 괴롭히는 일에 앞장서는 모습은 바라직하지 못하다.

이러한 여론 몰이가 국민누구도 범죄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웃을 잘못 만나면 욕 먹는다는 옛날 말이 있긴 하다.

그래도 언론이 앞장서서 섬 주민 모두를 인민재판식의 악의적인 보도나 비판은 삼가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섬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사건에 대한 소문을 들려주며 좋은 건수를 올렸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온 종일 목소리를 키우는 일부 방송들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해 섬마을 주민모두에 사생활은 안중에도 없고 친절한 비판에 열정을 높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

섬 전체가 폐쇄적으로 갇혀 있어 사건이 일어나면 서로 감추기 급급하다는 언론보도는 섬 주민전체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형태로 보인다. 과연 바람직한 보도일까.

사건을 흥미로 다루는 일부 언론보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 대해 도서·벽지 학교의 안전을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의견 제시가 바람직해 보인다.

인면수심의 가해자의 비판을 넘어 남의 일이라고 섬 주민 모두를 비판하면서 즐기는 형국에서 벗어나 정부의 교육대책을 촉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보도하면 좋을 것 같다.

언론이 대안도 없이 비판만 한다면 산속 메아리에 불과하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이라고 한다면 조선시대에 악법이던 연좌제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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