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구문학지 제13집을 출간하며……

김 우 영(작가. 대전중구문학회 회장)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泡)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전문

벌써 6월을 넘기며 왕성한 생명력이 발아하는 뜨거운 여름 7월이 다가옵니다. 대전에 명산 저 보문산 야생의 칠월 청포도가 푸르게 익어 갑니다.

7월 하면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로 시작되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가 생각납니다. 작렬하는 한여름 햇살과 함께 푸르런 수목 녹음방초 우거진 이 계절 행복한 삶을 소망합니다.

대전중구문학 창립 때 부터 참여하여 운영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강산이 변하고 3년이 되었네요.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네요. 어떤 해는 원고가 모아지지 않고, 어떤 해는 출판비가 부족하여 책을 내기 어러운 때도 있었지만 한결 같이 뚝심 하나로 밀고 왔던 것 같습니다.

이는 아마도 중국 송나라 뛰어난 현학(賢學)왕안석(王安石)의 말처럼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는 김우영 작가의 ‘인문학 사랑’ 하나로 오로지 문학이라는 한길만을 고집하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 입니다.

인문학은 마치 색 바랜 낡은 학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도 가깝게 우리의 삶 속에 함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문학이 바로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인문학은 사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에는 싫든 좋든 우리들 곁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인간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저의 직장이 대전 중구 중심부에 있어 여러 회원들이 지나치다가 들러 식사도 하고,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는 사랑방 역할을 하며 지나온 세월이 벌써 저 보문산 봉우리처럼 십 년이라는 나이테가 생기었네요.

돌이켜보면 지난 2003년 대전중구문학이 창립되어 그 당시 100여명이 넘는 많은 회원들이 참여 수런거림으로 잘 운영되었지요. 그 후 몇 년이 지나면서 중구에 거주하던 회원들이 서구 둔산과 유성 신도시로 이주하면서 회원이 줄기 시작하여 회원 참여의 폭을 대전시 전체로 확대 하였습니다.

초창기 원고모집 대상은 대전 중구에 주소가 있거나 직장, 또는 사업장이 있는 회원의 원고를 접수받아 책을 출간하였지요. 몇 년이 지나면서 회원이 줄면서 대전시 전체로 확대하고 이어 전국권으로 회원을 늘려가면서 대전중구문학회는 온라인 전국화 되었습니다.

또한 근래 첨단 모바일 시스템(mobile system)과 인터넷, 이메일, 카톡, 문자,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확대로 국내 전역과 세계로 넓혀 문호를 확대했습니다. 이제는 대전중구문학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국제화 세계화되어 지구촌 전체로 문호가 개방 되었습니다.

21세기 디지털(Digital)시대에 카톡이나 문자, 이메일 등 인터넷 고속화로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호주의 시드니, 미국의 LA, 캐나다의 토론토 등의 시인, 작가들 소식을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작품원고도 즉시 송 수인이 가능합니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정보 교류의 편리함이 좋기는 합니다. 저도 매일 아침 1시간 정도 인터넷 서핑으로 지구촌 문우들과 소식을 주고 받습니다. 그야말로 초고속화 불확실성 시대의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컨데 빠르고 많은 정보 유입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무살 시절 컴퓨터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충청도 서천 시골에서 살 때 등잔불 밑에서 밤을 지새우며 시집과 소설집을 읽을 때가 있었지요. 책 한 권 끼고 들로 산으로 다니며 독서행군을 하던 아날로그(Analogue)시대가 그립습니다.

대전중구문학회는 그간 제1대 회장은 이용호 시인, 제2대 회장 전인철 소설가, 제3대 회장은 노금선 시인이 맡아오다가 지난 2014년 12월 부족한 제가 제4대 회장으로 추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회장을 맡은 2015년 중구청 예산부족으로 지원액이 전액이 삭감되어 매년 발행하던 대전중구문학지를 출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방면으로 노력하여 지원금을 일부 확보 대전중구문학지 제13호를 출간했습니다.

이번에 국내외 문인 70여명의 필진이 참여한 300페이지 분량의 대전중구문학지 제13호를 출간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간단한 식사모임을 두 번에 나뉘어 갖습니다. 편리한 장소를 선택하시어 모처럼 내 마음 액자속 푸르런 청포도를 생각하는 흐뭇한 자리가 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