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표된 'THE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싱가포르국립대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베이징대 2위, 칭화대 3위, 난양공대 4위, 홍콩대 5위 등 중화권 대학들이 선두권을 싹쓸이했다. 국내 대학 중에는 카이스트가 최고 대학에 등극했지만 8위에 머물렀고 톱10에 든 대학은 서울대(9위), 포스텍(10위) 등 3개에 불과했다. 평가 비중이 높은 연구실적, 논문 피인용도, 국제화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탓이다.
특히 중국과 홍콩 대학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푸단대, 중국과기대 등이 두각을 나타내며 100위권 내에 24곳이 진입했고, 홍콩도 홍콩 중문대, 홍콩시립대 등이 상위에 랭크되며 6곳이 100위 안에 포함됐다. 홍콩 대학이 8개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이들 대학은 집중적인 투자와 영어 강의 등 세계화 수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국내 대학들은 외국인 교수와 학생, 평판 등을 평가하는 국제화 수준에서 크게 뒤처졌다. 국제화 부문에서 홍콩대, 싱가포르대가 각각 99.4점, 96점을 받았지만 국내 1위 한양대는 51.5점에 불과했다. 카이스트는 34.3점, 포스텍은 34.2점, 서울대는 32.4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실제로 서울대는 외국인 교수를 어렵사리 유치해와도 연구환경, 연봉 등의 이유로 이탈하는 바람에 외국인 교수 비율이 5%대에 불과하다.
국내 대학 경쟁력이 중국, 홍콩에 한참 밀리는 현상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활발한 국제 인재 교류가 필수다. 인재 교류는 사고의 융합, 확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영어 소통이 안 되고 외국인에 배타적인 문화가 지속되다가는 글로벌 지식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 대학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한데 이렇게 허약한 실력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겠는가. 국내 대학들은 산학협력 수입면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기업지원 덕분이니 여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 국제대학과의 격차를 해소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대에 맞게 교육과정 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또한 한 우물을 파는 창의적인 연구, 영역을 허무는 융합연구, 국제 공동연구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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