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임대료 폭등으로 기존 상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과 문화·예술인들이 어렵게 일궈낸 골목 문화권들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개발된 구도심 상권까지 임대료 상승, 잦은 세입자 변동, 프렌차이즈 증가 등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0만 명이 다녀간 대구의 ‘김광석 길’은 침체된 구도심을 되살리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 3년간 3배 이상 오르는 월세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밀려나며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난무한다. 부산시 보수동의 책방골목도 사라지기 일보직전이다. 서울 서촌에선 결국 심각한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제품가격이든 임대료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막기보다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상권 형성에 기여한 원주민과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고 그 성과를 외지 건물주들만 독식하는 것까지 시장원리로 인정하기는 힘들다.정부와 지자체 등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근 법무부가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연 9%에서 5%로 낮추고 보호대상의 기준인 환산보증금액을 서울의 경우 4억원에서 6억1000만원 이하로 높이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 지역 영세상인들의 생계수단 및 지역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자율상권법’을 만들고 자율상권 선도지역 지원사업 재추진이 환영받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건물주와 상인간의 상생 노력이다. 실제 지자체의 주도로 상생협약이 진행되고 그 결과 건전한 발전을 이뤄내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와 중구는 지난해 건물주들을 모아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 엄수를 약속한 이후 임대료 급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경기 화성 제부도 역시 지자체와 업소 등이 상생 협약을 맺었다. 전주시는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으면 상가건물의 시설 내·외부 수선 경비를 예산범위에서 일부 지원해준다.

문제는 이같은 상생 노력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권에 역풍을 불러오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오르면 거리도 더욱 번성할 것이라는 건물주들의 기대는 착각일 뿐이다. 문화공간이 프랜차이즈로 대체되면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져 되레 상권이 무너진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가 좋은 예다. 강남의 명소였던 로데오 거리는 최근 건물주들이 기존 임대료는 낮추고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는 ‘착한 임대료’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한 빈 점포는 임대료 폭등의 그늘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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