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피감기관이 지원한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쟁점사항을 보면 하나같이 문제가 많고 국민적 시각으로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다.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행위와 피감기관의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보좌여직원인 인턴과의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해외출장 중에 관광 등이 적법한지 등의 행위 등이다. 여기에다 여비서동행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 여비서는 9급에서 7급으로 고속 승진하였다는 점까지 들춰내며 어딘가 석연치 않은 것 아니냐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검찰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시절에 피감기관들 돈으로 수차례 외유성 해외출장 을 다녀온 의혹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고발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넘겨 본격 수사에 착수해 불법문제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도 국회의원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행위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하는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과연 제기된 문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다면 그런 시각이 문제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김기식 원장의 사퇴압력과 관련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과거 국회의원 시설 중 문제가 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라는 것과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 평균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라는 것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문제가 검찰과 선관위까지 끌어들이는 형국으로 변질되었다. 외유성 출장문제에서 비롯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문제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냄새가 풍풍 풍긴다. 임기만료 직전에 자신이 받은 정치후원금 중 5000만원을 자신이 회원인 ‘ 더좋은 미래’에 기부했다. 그래놓고 퇴임 후 그 모임 산하 연구소장으로 취임해 19개월간 855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두고 이곳저곳에 8000만원의 연구용역까지 발주했다고 한다. 과연 이런 행위들이 정상적이고 상식 수준이라고 보는 국민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이런 적폐를 계량화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남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면서 오히려 자신에게는 관대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자세를 보면서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강하다. 이른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자기합리화이자 자가당착의 극치이다. 이런 ’로맨스적폐‘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아니올시다‘이다. 참여연대에서 정책실장·사무처장·정책위원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런 화려한 시민단체의 경력 덕에 비례대표 국회의원까지 하고 오늘날 금융감독원장까지 하고 있지만 적폐행위에 중심에서 이런 행위를 관행이라는 말로 치부하며 자리에 연연하며 버틴다면 이는 ’손바닥으로 하는 가리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칼날을 들이대며 과거 국정원 특활비 상납문제 등을 단호하게 처벌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인사비리 문제 등도 철퇴를 내리고 있다. 하나은행이나 강원랜드 등의 채용비리에 개입된 국회의원들이나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서 올라 있다. 개입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마저 제출되어 있다.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전 정권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거나 상납한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뇌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적폐청산의 칼날이 상대방만을 향하고 자신들을 향한 적폐지적은 기득권의 조직적인 저항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결코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적폐청산의 추진동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누가 뭐래도 상식적이며 보편타당한 객관적인 논리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금융개혁의 칼날을 쥐어준 금융감독원장이 떳떳하지 못한 편력을 갖고 과연 무슨 개혁을 한다는 말인지 도대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사퇴를 시키거나 사임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이런저런 비도덕적인 전력이 문제가 되어 숱한 인사들이 낙마를 하는 것을 지켜보아온 국민들이다. 지금 제기된 문제가 장기화되어 국민들의 피로감이 매우 크고 지루한 공방만이 난무하고 있다. 작금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문제는 비단 정치적인 공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공인으로서의 적격여부이다. 관행의 정도차이도 아니다. 잘못된 행위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로남불’ 다시 말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의 이중 잣대를 쓰는 것은 오히려 더 비겁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슨 일을 하던지 ‘똥 싸고 매화타령’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이나 외유를 나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정상 행위이며 뇌물에 다름 아니다. 이런 판단조차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더더욱 문제이다.
김영란 법은 왜 만들어 국민들이나 공직자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애경사에 5만원을 넘게 줄 수도 없고 10만원을 넘게 선물도 줄 수 없는 요즘이다. 관행의 잣대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자기합리화의 ‘내로남불’의 추한 모습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이제 지겹다는 반응들이다. 매화타령으로 들리는 ‘로맨스적폐’는 그만 멈춰야 한다. 그 길은 과감히 사퇴하는 길이다. 국민들은 이런 인물들이 공직에 머물거나 국민 앞에 서서 ‘내로남불’을 주장하며 ‘로맨스적폐’의 악취를 풍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상식을 벗어난 못된 관행을 계량화하여 경중을 가리는 것은 분명 모순된 행위이다. 국민의 눈에는 ‘로맨스적폐’도 마땅히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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