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지난 9월 실업자 102만 4천명으로 3.6%를 실업률을 보인가운데 지난 8월에 비해 9.9%가 증가했다. 13년 만에 최고이다. 7월에서 9월까지 3분기 15세에서 29세의 실업률은 9.4%로 1999년 10.4%이래 역대 최고치이다.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하여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8%로 치솟는다. 한마디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고용위기를 말해준다. 공공기관을 총동원한 단기 알바 등 이른바 ‘가짜 일자리“까지 등장하는 한심한 형국이다. 심지어 30대에서 40대, 50대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맞춤형 일자리와 고용창출력 강화라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늘 신뢰감을 잃고 있다. 그동안 일자리 예산이라는 천문학적인 54조원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일자리 100만개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2년 동안 일자리 예산이 54조원이 아니라 41조원이라는 등 숫자놀음과 말장난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하고도 한국경제의 고용지표와 서민경제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비감한 현실 속에서 그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참으로 많은 세월을 보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주창하는 노조들의 입맛에 맞게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비리와 편법, 탈법으로 하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여기에도 공정한 처리와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자 상식이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서울교통공사나 한국공항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채용비리는 드러난 내용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천부당만부당한 악행이 아닐 수 없다. 대명천지에 이런 채용비리를 버젓이 자행하는 조직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를 방불케 하는 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친인척 채용에다 자기 부인까지 교묘하게 끼워 넣고 정규직화를 시도하는 이런 무리들이 공기업에서 국민들의 혈세를 주고 간부까지 지내게 해주었다니 참으로 비감하다. 이런 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수십 년을 고생하면서 비정규직을 고생하며 헌신하던 사람들을 살피라고 하는 것이 편법 채용이나 비정상적인 채용루트로 변질시키라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얼마 전 국회 환경미화원들이 정규직화하면서 감동적인 감흥을 보인 것과는 마냥 대조가 된다.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서 드러났다고 하는 108명도 일부 조사에만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전수조사를 하면 더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야 감사원 감사를 받아 결과가 나오면 조치를 한다고 하는 서울시의 무책임한 처사에도 국민들과 청년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감사기관이 없다는 말인지 그동안 이런 상황을 인지조차하지 못해 새삼스럽다는 것인지 그 반응과 처사가 놀랍기만 하다. 잘못된 줄 알았다면 이를 신속하게 파악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무슨 정치공세니 뭐니 하면서 본질을 벗어나서 매화타령을 해대니 책임행정 자세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유야 어떻든 드러난 채용비리의 내용을 보면 정규직 전환에 따른 정보를 기존 직원들이 활용해 친인척들을 비정규직으로 입사시켜 대비했다는 정황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주 조직적이며 의도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가지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하고 있지만 이유가 어떠하든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항으로 단호한 후속조치가 수반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가득이나 낙하산 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작금의 나라 상황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관련 시험준비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취업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올해 105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38.8%인 41만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취업전쟁이 아닐 수 없다. 무수한 청년들이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취업을 준비하며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같은 부당한 채용비리가 이들 청년들로부터 공정경쟁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는 셈이다. 개인기업도 입사시험이라는 공정경쟁을 통하여 인재들을 선발하고 있는데 하물며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이런 지경이니 참으로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일부 조사라고 하는데 더 조사를 하면 얼마나 더 곪아터진 조직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당연히 취준생들은 공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유사한 경우가 다른 공기업 등에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 지 그것이 더욱 궁금하다. 도덕불감증과 무법천지, 기득권 챙기기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취준생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곳곳을 찾아 입사원서를 제출하며 일자리를 찾기에 혈투를 벌이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100군데도 넘는 원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겨우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과 엄청난 공개경쟁을 통과하는 입사환경인데 그것도 공기업에서 은밀하게 직원들과 간부들이 자신들의 친인척들을 동원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틈새를 노려 채용비리에 작당을 해왔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는 척결해야할 그 어떤 적폐보다 악질적인 적폐에 다름이 아니다. 치졸하게 채용비리를 작당한 세력들이 노조이든 간부이든 그 어떤 외부세력이든 모조리 밝혀내어 의법 처리해야 하며 마땅히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실태도 낱낱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100만 명이 넘는 우리 청년들의 울분과 억울함이 하늘을 찌르기 때문이다. 이를 가볍게 알고 대처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은 자명하다. 가득이나 경제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청년취업이 최악인 나라에서 이런 썩은 냄새가 넘쳐나는 망국의 채용비리로 부정부패가 만연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여기에다 사립유치원의 비리까지 드러나며 썩은 냄새가 온 나라를 진동시키고 있다. 이래저래 청년들의 가슴이 먹먹하고 국민들의 걱정근심이 마늘 날이 없다. 국민들의 정신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구석구석 모든 면에서 너무나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위해 정상을 되찾는 정리정돈의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