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자영업은 회사 등의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러한 사업을 하는 자를 자영업자 또는 개인사업자라고 한다. 요즘 이영자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20대·영남·자영업자의 준말로 지지율 하락의 중심이 되는 신조어이다. 이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단축으로 치명타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현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년실업 문제와 함께 암울한 시중경제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어느 정도인지는 우리카드가 조사한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장사가 부진해 무려 자영업종의 3분의 1이 휴폐업을 하고 있고 있다. 이는 우리카드 222만개 가운데 170만 4,000여개를 자영업 집중업종으로 재분류해 올 들어 9월말까지 분석할 결과인데 자영업 점포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문을 닫는 점포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 1월에서 9월까지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1.7%가 증가했다. 음식과 숙박의 휴·폐업률은 31%에 달한다. 연말까지 570만 명의 자영업자 중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 이상이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 업종이 마이너스 성장이기 때문이다. 극한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빚더미에 올라서면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신협, 대부업에 이르기까지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연체율이 올 들어 3.4에서 6.9%로 급등한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세무당국은 지난 8월 수입금액이 일정금액 미만인 소규모 자영업자 519만 명을 대상으로 세무검증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주기 위해 2019년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또한 지난 달 카드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조치를 취했지만 자영업종 부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데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단기처방으로는 회생의 여력이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금리인상까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개인사업자들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업환경과 경제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질 않고 있다.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실제 시중에 나가보면 상황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텅 빈 식당들이 즐비하다.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구동성으로 경제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심리적 위축감이 극심하다. 긍정보다 부정의 경제심리가 지배를 하다 보니 구석구석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폐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사업이 망했다는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 앉는다는 것인데 그 심경이 오죽할지는 불문가지이다. 파산자들이 늘어가고 가정경제가 파탄이 난다면 과연 당사자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야 할지 참으로 막막할 수밖에 없다.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를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닥칠 수도 있다. 15년째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가 바로 이런데 기저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모를 일이다. 삶의 좌절과 절망이 경제파탄으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불행한 나라의 현주소이다. 국민들의 고통이 너무 극심하다. 민생이 안정이 되어야 나라발전도 기약할 수 있다.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정치권은 하염없이 다투고 있고 남남갈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좌우이념으로 나뉘어져 연일 극단적인 대립을 벌이고 있다. 도대체 어쩌자고 이러는 것인지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지 국민들만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IMF경제체제의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나라이다.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나라가 쫄딱 망하고 무수한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 온 나라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많은 기업들과 부동산이 외국계로 넘어가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잘나가던 건설업체 사장들도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비참한 상황도 연출됐다. 우리나라 일부 공기업들의 지분도 매각되어 사실상 민간 기업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부동산 경매 물권은 넘쳐나고 아파트나 집값은 그야말로 바닥을 쳤었다. 한마디로 비참한 경제상황에 처해 자살자들도 속출했다. 이런 황당한 절망의 처지에서 나라를 살린 것은 국민들의 위대한 힘이었다. 금모으기 운동으로 어린아이 손가락 반지까지 다 내놓으며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지켜왔다. 이런 나라라는 사실을 혹여 잊고 있지는 않는지 모를 일이다.
자영업은 우리 서민경제의 가장 밑바탕이자 버팀목이다. 그야말로 치킨가게 하나, 음식점 하나도 우리 경제의 기본을 읽을 수 있는 현장이다. 문을 열어놓고도 손님이 찾지 않는다면 이는 파산의 지름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이다지 나라경제가 엉망으로 치닫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계층들의 목소리와 이념 대결론자들만 넘쳐나고 있는 나라이다. 무엇하나 감동을 주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정치는 만신창이 되어 국민들의 시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늘 겉돌고 있는 형국이다. 고통 받는 국민들을 위한 진정한 눈물과 애국이 보이질 않고 이해득실만이 넘친다. 아전인수 격인 주장과 대립논리가 난무하고 있다. 국민들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민경제의 탈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다 뒤집어 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인지 벼랑 끝에 처한 서민경제 위기에 대한 긴장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자영업의 현실을 이다지도 무감각하게 대처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정도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개인사업자들은 이곳저곳에서 파탄지경에 처하고 있으니 이를 일회성 처방으로만 땜질해서 되겠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웃음을 잃은 자영업자들의 절박함이 안타깝다. 국민정신건강도 위기 상황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들의 폐업 속출을 수치로만 분석할 일이 결코 아니다. 기업들의 상황도 자영업 못지않게 얼어붙어 있다. 하루빨리 현실인식을 똑바로 하고 정치인들이나 정부 관료들이나 국민들이나 할 것 없이 경제비상시국 선언과 함께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걱정하는 제2의 IMF체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말로만으로는 안 된다. 자영업 폐업속출은 대한민국 경제 위기상황에 대한 바로미터이다. 이대로는 자멸의 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냉철한 판단을 토대로 정직한 처방과 신속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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