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2018년의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여느 해나 마찬가지로 올해도 세밑의 분위기를 말해주듯이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도 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다. 곳곳에는 송년 모임도 한창이다. 푸짐한 눈도 내리고 매서운 한파도 겨울을 실감나게 한다. 경제 한파는 더욱 극심해 서민들의 삶이 퍅퍅해 졌다. 최저임금이니 52시간 근로시간이니 하면서 몹시나 혼란했던 탓이다. 언제 이처럼 서민생활이 활력을 잃고 표류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자영업자들의 허탈한 눈망울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세밑이다. 이웃을 돕는 사랑의 온도탑도 생각보다 온도가 낮다. 유튜브나 SNS에는 갈등과 대립이 연일 도배하고 있다. 올 한해 남북회담 등 역사적인 사건들이 모든 이슈를 사로잡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국민적 감동이 시들해지는 듯하다. 남남갈등의 골만 깊어지며 다사다난했던 격동의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는 젊은이들에는 최악의 청년실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한해였다. 공시생 40만 명 시대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는 저출산의 진통까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0년을 넘게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는 경우도 생겼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은 아예 공시생의 길로 나서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축 쳐진 어깨가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졸업이 곧 실업인 나라에서 결혼과 출산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도 새해 푸른 희망을 안고 출발하여 벌써 저무는 한 해의 세밑을 딛고 서서도 아직도 실업의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실상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서울역이건 대전역이건 역마다 넘쳐나는 노숙인들의 모습도 애잔하기만 하다. 사랑의 밥차들이 등장해 이 추운 겨울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밥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추운겨울을 지하도 등지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오늘도 이곳저곳을 헤매며 희망을 잃은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노숙인들의 겨울나기는 그래서 더욱 황량하게만 느껴진다. 사랑의 쌀나눔운동본부가 전국에서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사랑의 밥만도 하루 5,500명분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희생과 봉사가 우리 사회의 가장 그늘진 곳을 사랑으로 보듬고 있다. 이런 열정을 보이고 있는 분이 바로 이선구 목사님 부부이다. 사랑과 봉사의 화신이다. 부인은 암투병중임에도 불구하고 노숙인들에게 사랑의 밥을 제공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바로 감동 그 자체인 봉사의 삶으로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고 있다. 날로 강퍅해지는 삶속에서도 이런 값진 사랑과 헌신적인 봉사가 더욱 아름답게 다가서는 이유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용기와 꿈, 희망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이선구목사님 부부의 헌신적인 손길은 오늘도 팔순 고령의 어려운 노인들에게까지도 다가서고 있다. 매년 어려운 노인들에게 팔순잔치도 베풀며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삶 자체가 봉사이자 헌신이며 나눔이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감사하며 자랑스럽다. 이선구목사님 부인은 암투병중이면서도 살아있는 한 봉사를 멈추고 싶지 않다는 강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쾌유를 함께 기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 너무나 소중한 분이기 때문이다. 세밑 훈훈한 감동의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진통을 경험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다 폐업을 하는 사람들마저 늘고 있다. 연말까지 아마도 100만개 정도가 폐업을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아 빚더미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삶을 포기하고 길거리에 나 앉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인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라. 삶을 포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현실에 대한 자포자기가 수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며 극단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회지도층의 자살이 그러하며 사업가들의 자살이 그러하다. 연예인들의 자살도 그렇다. 요즘은 어려운 경제현실 속에서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의 정신건강이 걱정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간간이 낙방의 고배를 마신 공시생들의 자살소식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적폐청산이란 이름아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거나 아직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피로감도 더해간다. 부패공화국이란 말이 들릴 정도로 구석구석이 썩어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여기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부를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하지만 상처만 만지작거리며 세월만 죽이는 것도 바람직한 처사는 아니다. 반대편은 모두가 적폐대상이라는 사고방식도 금물이다. 법과 원칙, 질서 속에서 모든 것이 합리적인 청산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훗날 또다시 적폐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악순환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이런 혼란과 혼돈이 지속되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구석에서 엇박자만 날 뿐이다. 꿈과 희망의 사회가 아닌 처벌과 단죄의 사회가 된다면 이는 결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을 것이다. 2018년 세밑에 서서 대한민국의 명암을 짚어보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개인의 일상에서도 못다 이룬 일들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돈하며 2018년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2018년의 세밑은 모든 것을 비우고 떨칠 건 떨치고 어두운 것은 훌훌 털어버리고 잊을 건 잊어버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생각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세밑의 마음이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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