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올해 이건영 신입생도 등 172명이 입교하는 해군사관학교에서는 2월 15일 감동적인 제 77기 입교식이 치러졌다.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입교식에 등장한 이들 미래 리더들의 늠름한 모습은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제 71기 공군사관학교 209명의 신입생도들도 14일 보라매의 길을 나섰다. 조국의 간성의 길에 나서기 위해 숱한 경쟁률을 뚫고 입교한 사관생도들의 제복이 이렇게 멋지게 다가선 적이 없었다. 입교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자식들의 늠름하고 자랑스런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아직도 사관학교는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는 대한민국의 안위와 미래를 짊어지는 차세대 리더들을 배출하는 믿음직스러운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올해 입교식에서 보여준 신입생도들의 우렁찬 젊음의 함성이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성장 동력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관학교 입교생도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나라와 겨레, 땅과 바다, 하늘에서 조국 수호의 간성인 차세대 리더의 길로 그 대장성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사관학교 신입생도들의 늠름한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찬 내일을 엿보게 된다. 올해 유독 더욱 멋지게 다가선다.
한 편에서는 이런 자랑스런 모습을 보게 되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안타까움을 보게 되는 이율배반의 모습이 근자에 존재한다. 입학과 졸업 시즌이 겹치는 요즘이 더욱 이런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올해는 더욱 그렇다. 지난 1월 실업률은 4.5%로 실업자는 지난 1년 전보다 20만 4천명이 늘어난 122만 4천명에 달해 201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고용부진에다 지난 해 1월 취업자증가폭이 컸던 기저효과까지 겹친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지만 여하튼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조업 취업자감소가 두드러지고 도소매숙박업의 감소도 지속되고 있다. ‘청년고용률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제 현장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졸업이 취업이 아니라 졸업이 곧 실업인 나라꼴이 되었으니 젊은이들의 마음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졸업을 늦추는 경우도 대학마다 다반사라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취업준비생은 지난 2017년 기준으로 54만 명이라고 한다. 15세에서 34세 청년가운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2019년 현재로 따진다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상황을 놓고 보면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동안 54조원의 일자리 정책 자금은 온데간데없이 말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는 두고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는데 실업자천국이니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정부 역시 호떡집에 불이 난 것 같다. 지난 1월 고용참사인 지표를 보고 난리가 아니다. 지난 13일 '제 8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 6차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불끄기 대책을 내놓았다. 늘 내놓는 가장 손쉬운 골든 메뉴인 공공기관 일자리가 또다시 등장한다.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일자리를 늘려가겠다“며 "올해 원래 계획했던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는 2만 3천명인데, 2천명을 확대해 모두 2만 6천명의 정규직 직원을 새로 뽑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시설 안전이나 재난 예방 분야 등 안전 분야 인력을 우선 확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청년들이 일자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 채용 규모도 작년(1만 6천명)에 비해 2천명쯤 늘린다는 것이다. 민간투자프로젝트도 제시했지만 재탕, 삼탕용이라는 지적이다. 공공부분의 경우는 그야말로 단기처방용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경제현실을 볼라치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심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들어온 이야기가 경제를 살리자는 말이고, 청년실업이고, 고용안정이고, 일자리 대책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에 관한한 수출한국과 선진국 도약이라는 말과는 별개로 아이러니하게도 겉도는 형국이다. 늘 일선 현장에서는 경제 한파의 소용돌이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른바 체감한파는 더 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숱한 세월을 이런 저런 이유로 무수한 풍파를 겪으면서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힘든 역경을 헤쳐 왔다. 당시 20∼30대들이 지금은 40∼50대가 되었다. 이들의 자녀세대들이 또다시 실업과 고용참사라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혹독한 사회경제상이 대물림하는 한국정치경제사의 현주소를 볼라치면 참으로 비감할 뿐이다. 빈익빈부익부는 당초 IMF 외환위기 당시 우려했던 대로 더욱 심화되고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쉽지 않다. 구석구석 자생력과 추동력을 잃고 있으니 이것이 고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투자할 광장을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가는 곳마다 넘쳐나는 경쟁률에 한숨 쉬고 무수히 헤매다가 찾은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못한 곳이 다반사이니 결혼이고 출산이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난리를 피우니 앞뒤가 맞지 않아도 너무 안 맞는다. 이런 엇박자 행정과 정치가 과연 예산만 쏟아 붓는다고 해결되리라 생각한다면 착각 중에 큰 착각이다. 정부부처나 곳곳의 행정기관들은 업무를 알만하면 담당자들이 바뀌고 새로 시작하고 이런 행정행태가 이어지면서 업무의 효율성과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 아닐 수 없다. 이곳저곳에서 엇박자가 나니 청년들이 뛸 광장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독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고 있다. 청년 취준생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일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공시생 규모는 무려 40∼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때문에 공시생이 공무원이 될 확률은 1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9급 공무원 시험이 하버드대학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그것도 미국에서 나올 정도이다. 지난 2010년 이후 대졸 실업률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도 이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취업문제와 실업문제는 구조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특히 그렇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졸업이 곧 실업인 현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엄청난 불행이자 미래의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광장을 제공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몫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못할망정 고통을 물려주는 나라꼴이 되어서는 어불성설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몸담고 뛰어야할 광장을 찾지 못하고 암울하게 모습으로 헤매기 시작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도들의 반짝이는 희망의 눈망울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제라도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민간기업체들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모든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사관생도들의 멋진 모습처럼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하고 힘차게 걸을 수 있도록 그들의 광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자라나는 젊은이들이야 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무한한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사관생도처럼 멋진 모습을 만들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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