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2019년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활동이 많은 과제와 에피소드를 남기고 무사히 마쳤다. 매번 경험하는 일이지만 캠프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실제 현지에서 진행되는 과정, 그리고 마치고 돌아와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긴장하고, 때론 당혹스럽게 하는 일들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그런 당혹스러움과 힘든 과정이 지나고 보면 참 감사하고 멋진 이야깃거리로 남기도 한다.

이번 18차 캠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과 사건들이 나를 긴장시켰고 힘들게 했다. 그 첫 번째는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이번은 지난해 사전답사 겸 동행했던 에덴교회 해외선교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로 했기에 출발 일정을 에덴교회와 논의한 후 항공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휴일이 끼어 있는 6월 첫 주로 확정 지었다. (캄보디아는 4-6월까지가 가장 더운 계절이고, 비수기여서 항공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하다.)

그리고는 의료봉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진을 구성하려고 희망진료센터 의사들에게 갈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함께 함께하겠다는 의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6월은 병원들이 그리 바쁜 때가 아니어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좀처럼 가겠다는 의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평소 편하게 부탁을 할 수 있는 몇몇 분들에게 의료캠프는 의료진 구성이 가장 중요하니 가능하면 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 볼 것을 요청했는데 하나같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기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유성구 보건소장이신 신현정선생님이 가기로 하여 의료진 구성을 확정 짓고 준비에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의료진 구성과 관련한 소동은 어느 정도 정리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항공권을 발권하려는 순간 유성구의회 일정과 겹쳐 도저히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캠프는 먼저 에덴교회팀과 일정을 협의하였기에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의료캠프에 의료진 없이 비타민과 구충제나 나누어 주고, 불소도포나 하는 등 예방 보건 활동을 중심으로 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그래도 캄보디아 해외의료캠프를 할 때 가장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희망진료센터 초대소장이었던 김주연선생에게 의료진을 구할 수 없으면 당신이 가야 한다고 떼를 써 놓고는 마지막으로 언젠가는 함께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충남대학병원 흉부외과 강민웅교수에게 전화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놓고 기다렸다. 바로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답이 없기에 성질 급한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첫 마디가‘ 목사님,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 의사 때문에 전화하신 것이지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막 외국 학회에 갔다가 돌아와 입국수속을 마친 상태라며 병원에 가서 일정을 확인하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약 환자들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조정하여 가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는 구체적인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그런 와중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가족이었다. 워낙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캄보디아 일정 바로 전주도 이미 미국 학회 일정이 있기에 결과적으로 2주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면 함께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든 가는 방향으로 하기로 하고 가족과 상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그것은 강교수의 건강이 문제였다. 내가 알기로는 심장동맥에 문제가 생겨 시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해 낸 것이 가족이 함께 가고, 본래 일정보다 하루 일찍 출발하여 의료봉사가 시작되기 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쉬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우여곡절 끝에 18차 캄보디아 의료캠프는 강교수 가족과 하루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하여 일단락지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실무책임자인 세계의심장 사무국장은 대학원 기말고사와 겹쳐 참여가 불가능 했고, 약, 진료기기 등 준비물을 챙기는 것부터 현지에서 세팅과 정리를 도맡아 하던 일명 똑순이라 불리는 박민영사무국장의 아내인 강호영간호사는 임신 초기여서 절대 안정을 해야 하기에 불가능했고, 희망진료센터 간호사인 아내도 여러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그동안 어깨너머로 본 것과 현지 스텝인 시나와 빤자와 함께 해 보기로 하고 시나와 빤자에게도 단단히 일러두었다.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출발만 하면 되는 생태가 된 것이다. (다음에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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