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주무관

국립묘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가장 바쁜 달은 호국보훈의 달이자 현충일이 속해 있는 6월일 것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43만여 명이 넘는 분들이 대전현충원을 방문하며, 그 중 3만여 명은 현충탑을 참배한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방문하는 인원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현충탑을 참배하였다.

현충원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기 위해 현충탑이 세워져 있다. 현충탑 앞에 서서 참배를 하다보면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과 탑의 기운에 의해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리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현충탑 참배 모습은 아마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등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선거 기간에 후보자들과 당선자들이 현충탑을 참배하는 모습일 것이다. 선거에서 후보자로 등록했다고 해서, 또는 당선이 되었다고 해서 현충탑을 참배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그분들에게 현충탑을 참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추모와 앞으로 자신들이 이끌어갈 조직에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목표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상징적인 장소가 아닐까?

임명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그렇다. 보통은 기관장으로 임명이 되면 국립묘지에 방문하여 현충탑을 참배한다. 얼마 전 대전현충원에 새로운 원장님이 부임하셨다. 원장님이 하신 첫 번째 업무 역시 현충탑 참배였다.

우리나라는 국가 및 지방공무원법,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법원공무원 규칙,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 규칙 등을 통해 공무원으로 취임할 때 임용권자나 소속기관장 앞에서 선서를 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직에 들어서려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공직에 임명이 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지녀야 한다.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보통 30년 정도 공직생활을 한다고 하면 재직 중에 공직자의 의무에 대해서 소홀히 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공무원들의 선서 의무에 추가하여 현충탑 참배를 의무화 하는 것은 어떨까? 공무원으로 첫 임용이 되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승진과 전보시 현충탑 참배를 통해 본인이 공직자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면 우선은 고위공무원으로 임명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문화가 민간영역까지 확대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신뢰가 높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부패나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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