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원용철 벧엘의집(울안공동체, 쪽방상담소, 희망진료센터) 담당목사

성서는 모든 사람을 이마고데이 즉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라고 말한다. 이렇듯 한 인간의 생명은 온 천하보다 귀하고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가치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조선의 홍익인간 정신과 지금 우리사회 인권정신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사회는 무한경쟁, 승자독식이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중시되면서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을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시켜 버렸다.

사람을 존중하는 일이 단지 종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윤추구를 위해 생명을 경시하는 시대풍조에 어쩔 수 없이 종교인들이 나서서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등 3대 종단이 함께 시민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민청원운동을 적극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의 내용을 보면 “… 지난 9월 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노동자가 2톤 무게의 장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가 나 홀로 근무하다 사망한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 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기업의 외면 속에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뿐만 아니라 2020년 4월, 38명이 사망한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그 해 5월 연이어 발생한 삼표시멘트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 그리고 폐자재 재활용품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고 등 끊임없이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는 나라. 하루 7명의 노동자가 살기 위해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하는 나라.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일 수 있는가? 우리는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히 여기는 천박한 기업문화로 인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윤을 위해 위험을 외주화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불의한 고용구조, 권한은 경영자가 독점하되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사회구조를 뿌리 뽑고 죽음의 행렬을 멈춰 세워야 한다.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이 당연한 권리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의 최고책임자와 원청, 그리고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책임져야 할 자들이 책임지게 함으로써 죽음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기업이 이윤창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현장에 안전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시 무엇보다도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삼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상식적인 절차를 어긴 기업과 관리감독의 의무를 방기한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가중 처벌함으로써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일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이다.… ” 라고 했다.

사실 우리 국회는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면 곧바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련법 제정을 약속해 왔지만 정작 그런 법안은 제대로 된 심의 한 번 거치지 못하고 늘 폐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정치권에 맡겨둘 수 없다. 그러기에 시민사회가 나서서 10만 국민동의 청원운동을 전개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직접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6년 전 세월호참사를 경험하면서 사람의 불행을 이윤추구의 도구로 삼아버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재난자본주의의 실체를 똑똑히 목도했다. 이제 더 이상 산업현장에서 억울한 죽음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한 인간이 살기 위해 일하는 일터에서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해버려 안타깝게 죽어가는 현실을 단지 그의 불행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미필적 고의로 저질러지는 우리 모두의 살인행위이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도 마찬가지다.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다가 죽어가는데도 지병이 있었느니 하면서 살인적 노동의 책임을 회피하는 재벌 택배회사도 마찬가지로 중대재해기업으로 처벌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귀하고 소중한 한 생명을 지키는 길은 사람의 생명을 귀히 여기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첫 출발인 것이다. 바라기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이 법이 제정되어 다시는 살기 위해 출근했다 돌아오지 못하는 억울한 죽음이 없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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