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2021년 새해가 밝았다. 흰 소띠의 해인 신축년이다. 코로나19의 비상상황에서 맞은 새해이지만 그래도 새해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로부터의 해방을 모두가 기원했다. 전국의 유명 명승지에서 개최되던 새해 해맞이 행사는 전면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폐쇄한 곳에는 예년에 그 많던 인파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새해 장엄한 해맞이를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산 정상을 향한 발길은 막지 못했다. 연말연시 눈 내리며 맹위를 떨치던 강추위도 새해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듯 일출의 청명한 하늘을 선사했다. 강렬하고 장엄한 신축년의 해맞이는 안방의 탄성도 자아냈다. 새해에는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 그리고 코로나19가 물러가는 해가 되길 기원했다.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는 해가 되길 간절히 염원했다.
신축년 흰 소의 의미심장하다. 우직하며 근면성실하고 정직하다. 특히 정의로우며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리는 말‘과 달리 ’달리는 소‘는 상정하지 않는다. 달리는 소는 난장판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천천히 우직하게 모든 일을 완수해 나가는 모습이 우리가 그리는 소의 이미지이다. 긍정의 의미이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신축년 흰 소띠 해의 태양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 꿈과 희망을 쏟아냈다. 모든 일상을 빼앗아 간 코로나19가 퇴치되고 일상을 다시 되찾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는 해가 떠올랐다.
새해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5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면서 곳곳이 경직된 분위기로 시작됐다. 해맞이 행사도 취소했다. 연말연시 특수가 사라지고 사회, 경제적 고통이 너무 컸다. 3일까지로 예정됐던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가 2주 더 연장되었다. 서울 동부구치소의 대규모 감염사태가 새해부터 비상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불구하고 천명이 넘는 확진자들이 발생하며 방역비상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새해부터 국민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게 자랑하던 K방역은 쏙 들어가고 지금은 백신확보 불신까지 빚어지고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허겁지겁 백신 물량 확보, 계약 소식을 내놓으며 2분기 타령을 하고 있다. 마치 백신을 확보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다른 나라들은 백신접종 시작하며 “맞는다, 안 맞는다, 접종자에게 여행을 보내준다”는 등 배부른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는 ‘세월아, 네월아 백신확보 늑장“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국민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고도 박수받기를 고대하고 있다면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새해 정부의 선물이 백신접종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하는 대신에 전국적으로 2주간 더 연장한다는 소식이었다. 수도권은 2.5단계, 지방은 2단계이고 여기에다 실질적인 방역효과를 강화한다며 5인 이상 모임금지를 전국으로 확대를 시켰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희망의 새해를 고통스럽게 맞았다.
지금까지의 코로나19 발생상황을 종합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그동안 허세를 부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1월 3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641명, 해외유입 사례는 16명이 확인되었다. 총 누적 확진자 수는 6만 3,244명에다 해외유입 5,410명이다. 1월 1일 0시 기준으로는 국내 신규확진자 1,004명, 해외유입 25명이 확인됐다. 동부 구치소에서만 3일 기준 1,07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해외 유입도 늘고 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종교시설, 사우나, 골프장 등 발생의 확산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가족전파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한술 더 떠 해외유입자 중에 2일 0시 기준 영국 변이 바이러스 9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1건 등 총 10건이 확인되어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입국자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발열기준을 강화해 격리해제 전 진단검사 확대하고 영국 發 항공편 입국을 한시적 중단했다. 시기는 지난 해 12월 23일부터∼올 7일까지로 비자발급 제한하고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변이 바이러스 발생 국가가 확대됨에 따라 국내 입국 시 PCR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대상을 해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공항은 오는 8일 입국자부터, 항만은 15일 승선자부터 출발일 기준 72시간 이내 발급받은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해외유입 차단은커녕 이제는 변이바이러스를 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있다. 지금 상황의 책임이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착각 중에 착각이다. 마스크가 생활되고 방역수칙도 비교적 잘 지키고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 지경이니 그렇다.
연말연시 특수도 실종됐다. 오히려 강화된 방역수칙에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다니는 곳마다 눈치를 보아야 했다. 썰렁한 거리, 썰렁한 상가가 이를 말한다. 지금도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만일 3단계로 강화되는 사태까지 빚어진다면 서민경제는 초토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적 봉쇄에 해당하는 3단계 격상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회적 약자들,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또 비정규직, 일용직들이 생존의 한계까지 내몰린 작금의 상황이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서울 같은 대도시의 월세는 지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영업장을 찾는 손님이 없다면 한 마디로 치명타가 된다. 서울에서 월세 1억 원의 유명 중국집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 휴폐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방역을 이유로 방역수칙만 강화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오는 2월부터 시작되는 백신접종을 기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초도 물량이 미미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2분기 백신 타령에도 과연 믿어도 될지 불신이 매우 크다. 2분기에 ’4월이냐 6월이냐‘인데 6월말도 2분기라고 보면 반년이나 기다리라는 의미가 된다.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경제는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백신이 과연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2월부터 치료제가 나온다는 소식도 있다. 그 사이에 확진자 한명만 나와도 주변이 초토화된다. 모든 일상이 올 스톱이다. 가정경제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재난지원금을 준다 해도 턱도 없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방역당국, 정부의 자세는 어찌 보면 낙제점이다. 허세만 부리다 국민들만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의 희생도 무색하다.
이제 K방역타령은 낯이 간지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지금 회자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웃나라 대만방역이다. 참으로 부러운 나라의 모습이다. 경제성장세도 대단하다고 한다. 대만은 200일 동안 한명도 발생하지 않은 방역나라이다. 3일 현재 808명의 누적확진자이다. 발생해봐야 하루 3명 정도라고 한다. 사망자도 7명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6만 3,244명 확진자에 962명 사망자와 비교해 보면 방역 수준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초기에 중국 등 해외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마스크도 효율적으로 공급했다. 코로나19 비상상황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이다. K방역타령으로 정치방역을 일삼던 우리나라와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무슨 배짱인지 해외출입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끊임없이 해외 유입자들을 받아들이면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만을 강요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져 내릴 지경에 처했다. 그 사이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곳곳에서 휴폐업도미노 현상이 빚어질 것이 뻔하다. 이 상황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 가를 따져야 한다. 분명히 가려야 한다. 다른 나라는 철저한 방역과 백신확보에 온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허구 헌 날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법무부장관의 가시 돋친 언행을 1년 내내 들으며 살아야 했다. 마치 검찰개혁이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양 착각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는 행태‘의 연속이었고 신물이 날 정도였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지 몰랐다. 그 사이 n차 감염사태인 3차 유행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라는 황당 사태를 빚고 말았다. 1년 내내 분열과 반복, 대립, 갈등의 나라가 빚은 자화상이다. 대만이 참으로 부럽다. 이들의 리더십도 부럽다.
이런 악몽 같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치 불신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 오는 4월 7일에는 서울과 부산 등 15개 지역에서 재·보궐 선거가 실시된다. 내년 대선과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군웅활거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자천타천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미 우후죽순처럼 드러나고 있다. 과연 이 시대의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니면 국민외면을 받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분명 코로나19 공방이 치열하고 이념논쟁도 다시 불거질 것이다. 정상모리배, 정치브로커들도 준동할 것이다. 이합집산의 정치행태도 다시 태동할 것이다. 보랏빛 공약에 포장된 거짓과 위선이 난무할 것이다. 부산과 서울의 시장들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유권자들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난 해 경험에서 보았듯이 허상의 인물을 잘못 뽑을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는 지 말이다. 민주라는 이름의 독재를 경계해야 하며 국민위에 군림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교만과 위선, 표리부동을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 앞으로의 선거는 참으로 중요하다. 부화뇌동이나 ’묻지 마 선거‘의 피해자는 곧 국민임을 명심하고 솔로몬의 지혜와 냉철한 이성을 발휘해 민주주의가 바로서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자성해야 한다.
신축년 새해와 내년은 국운을 결정짓는 역사적인 해가 될 것이다. 신축년 새해 흰 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직하며 거짓이 없고 성실하며 믿음직스럽고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비록 지금의 코로나19 고통이 극심하고 비감하지만 이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역경일 뿐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국민이 정부를 믿고 선량들을 믿고 한마음 한뜻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그런 풍토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도 국민을 향해 백일하에 드러날 거짓과 허언을 남발하고 음흉한 속셈을 갖고 국민을 기만하는 그 어떠한 정책이나 행태는 분명 멈춰야 한다. 국민불신을 자초할 뿐이다. 모든 일에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의 고통이 배가되는 새해이지만 그래도 희망의 불씨는 지펴야 한다. 민생경제의 활기를 되찾아야 국민들이 살아간다. 새해 모두의 소망이 간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정이 굳건히 서야 사회가 바로서고 건강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학생들이 배움의 현장으로 마음껏 달려가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와야 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일상의 생활이다. 아쉽게도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소식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희망찬 발걸음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실의와 좌절에만 머물 수는 없다. 진실한 모습으로 만용과 허세, 거짓과 위선의 탈을 벗어던지고 꿈과 희망을 되찾아야 한다. 신축년 새해 소망이 여느 해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위난의 시대에 가정과 사회, 나라를 지켜나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절박감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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