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LH부동산투기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LH고위간부와 직원이 잇따라 자살했다. 국토부장관은 급기야 사의를 표명했지만 조건부 사표수리라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마디로 ‘투기공화국’이란 오명이 등장하고 있다. 국민들의 공분도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다 또 다른 투기세력에 정치인들까지 거론되며 일파만파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투기수법도 치졸하고 다양하다. 연루된 총 인원은 LH 직원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민간인 등 100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투기 의심자로 지목해 수사 의뢰한 LH 직원 20명 중 13명은 경기남부청이 피의자로 입건했다. 나머지 7명은 보강 조사 중이다. 전수조사결과가 고작 7명이 더 추가됐다는 발표에 국민들은 시큰둥하고 있다. 물론 경찰이 고발이나 수사 의뢰된 인물에 대해 차명거래, 친인척 거래 의혹도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쉬운 것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할 때 엄청난 결과를 내놓을 듯이 서슬이 퍼렇게 요란을 떨었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허탈감만 주고 국민들의 들끓는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드러난 투기수법도 가지가지이다. 지방에 있는 LH직원들도 원정투기에 나선 의혹을 사고 있다. 여기에다 기 신도시 관련 투기의혹이 광역 및 기초의원들에 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이들은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방의원 가족들도 신도시 발표 전에 땅을 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가족, 친인척 등 차명거래 수법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의원의 아내는 투자가치가 높지 않은 이른바 ‘맹지’도 사들였다. 이 땅들은 정부가 2019년 5월 발표한 3기 신도시 부천대장지구에 포함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해명도 가지가지이다. “농사를 짓거나 텃밭으로 가꾸기 위해 토지를 매입했다‘라고들 한다. 이구동성으로 갖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투기목적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경기도의 하남시 모 시의원은 모친명의로 하남교산지구를 샀다. 시의원이 87세의 노모까지 이용해 투기를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시흥시의원의 딸은 광명·시흥지구가 신도시로 확정되기 전에 땅을 매입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고한다. 한마디로 냄새가 풀풀 나는 대목이다. 국회의원들의 땅 투기도 덩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럴만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여성국회의원 등 여당의원3명과 가족들이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역의 땅을 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LH직원과 공무원, 시도의원,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투기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LH직원들의 적반하장식의 반응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LH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마란 법이 있나요”이다. 나아가 “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필지 10곳 가운데 15억1,000만원에 거래된 농지 3,996㎡(약1,209평)은 LH직원 4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인근 농지에도 다른 3기 신도시 사업단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같은 날 한 소유주의 땅을 매입한 6명 중 5명이 LH직원이라는 사실이 역시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번 땅 투기 의혹은 LH직원 13명이 지난 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7,000여 평을 신도시 지정 전에 100억 원 가량에 사들였다는 시민단체의 의혹제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드러난 사안이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라는 당시 LH사장이었던 국토부장관의 화법에서부터 “나중에 농사를 지으려고 했다”는 등의 발언에 이르기까지 비겁한 변명과 해명이 더욱 가관이다.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의 말이 하나같이 투기와는 관계가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신도시 지역의 땅에는 보상을 늘리기 위해 나무심기나 대토보상을 노린 행동까지 드러나 처음부터 치밀하게 투기를 준비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이 간단치 않다. 그런데도 국토부장관은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를 한 것 아닌 것 같다”라는 감싸기 발언을 내놓으며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과연 이 사태가 이번만의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유사사례가 있었는지 국민들은 더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이를 당연시 하는 망발도 서슴지 않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이쯤 되면 내부정보를 이용한 차명거래도 당연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투기의혹사태가 던져주는 충격은 가장 청렴해야 할 공기업조직이나 공직자, 사회지도층들이 자신의 명의는 물론 가족과 친인척 등의 이름까지 동원해 교묘하게 투기를 일삼아 왔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들이 양두구육, 표리부동의 언행을 통해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었다는 배신감이 국민들의 공분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또 다른 개발예정지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겠다고 그동안 호언장담하던 자들이 오히려 투기중심세력으로 매화타령을 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후안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제 시작이다. 수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그 처리결과를 지켜보겠지만 마치 꼬리를 자르는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한다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필요하다면 여야 정치인을 가릴 것 없이 국회와 광역 및 기초단체의 의원 모두를 전수조사하고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공기업 등 유관 기관들도 조사해 내부정보를 활용한 악질적인 투기행위자들을 가려내야 한다. 물론 말없이 성실하게 근무하는 공직자들까지 도매금으로 투기세력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자세를 망각하고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죄가 분명히 내려져야 한다. 모기 잡는다고 해머를 휘두를 일은 아니지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선거를 위한 정치적 셈법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국민들이 겪고 있는 참담한 심경으로 돌아가 투기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공인(公人)들이 저지른 투기행각이다. 모름지기 공인의 언행은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기회에 막중한 책임도 뒤따른다는 사실도 공직자들에게 분명히 깨우쳐야 한다. 이것이 투기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이자 분노에 휩싸인 민심을 가라앉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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