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옛말에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이 있다. 내용인즉 ‘오이 밭에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비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한마디로 몸조심, 행동을 조심하라는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다. 이 말은 평범한 사람에서부터 이른바 권력을 가진 자들, 공직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적용되는 말이다. 특히 공익정보를 가지고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런 말을 던지고 있다. LH직원들이 투기가 바로 이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폭로와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국회의원, 공무원, 시의원 구의원, 청와대 과장, 관련자들의 친인척,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전 청장에 이르기까지 투기실상은 한마디로 목불인견이다. “개 키우려고 땅을 샀다”. “농사 지으려고 샀다” 등등 변명조차 추하기 그지없다. 신발 끈을 고쳐 신고 갓을 고쳐 쓴 정도가 아니라 아예 통째로 가져가 버렸다. 일반 투기세력과는 전혀 다르고 내부정보를 이용해 벌인 작태이기 때문에 더욱 비난이 거세다. 후안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LH에 이어 뒤늦게 국토부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세종시청, 세종시의회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모두 투기의혹과 관련되어 있다.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어디까지 수사력이 미칠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이른바 꼬리자르기식 수사가 이뤄진다면 이 또한 국민감정에 역행하는 처사로서 그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직무상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이런 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진작 차단장치가 필요했다. 이런 행동들은 개발지를 중심으로 공공연히 자행되어 왔다. 만약 이에 대해 알고 싶으면 과거 개발지를 중심으로 과연 어떤 사람들이 부동산을 소유했으며 어떻게 소유자가 변동되어 왔는지를 파악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전에 정보를 알고서 개발지 인근에 땅을 사는 그럴만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주민들이나 개발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사례가 많았다. 도시계획정보를 활용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파트 정문이나 후문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투기세력들의 눈길이 달라지는 것도 늘 보아온 대목이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형국이다. 친인척을 동원하거나 아예 본인들의 이름으로 투기장을 나섰으니 강심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도시개발예정지인 광명· 시흥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세력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공직기강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투기세력이 LH직원 20명의 문제만 아니고 나아가 국회의원, 공무원, 시·구의원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의 반부패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하고 갓끈을 함부로 고쳐 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벌인 부동산투기행각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본인들이 무슨 항변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안간힘을 쓸지 모르지만 공직자로서 그 책임은 분명히 져야하고 법을 어겼으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물론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당연히 포함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지방에 내려가 부동산을 긁어모은 모 국회의원의 행태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항변하는 모습조차 추하고 공인으로서의 자질도 의심 사기에 충분했다. 이 때 국민들은 벌써부터 알아보고 있었다. 미공개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가 얼마나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지를 말이다. 벌써 차단장치를 만들고 대처했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여태껏 이를 방기하여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고 뒤늦게 법을 만든다고 난리법석이다. 이를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모 의원의 발의 내용을 보면 국토개발 및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공사 직원들의 불법 부동산 투기 등 비위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내용인 즉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한국부동산원법·주택도시기금법·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부동산 정책 사전정보를 입수하기 용이한 LH, 한국부동산원, 새만금개발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임직원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주택이나 토지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를 어기는 경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익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명시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다 4개 공사 임직원은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가지고 있는 소유권·지상권·전세권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변동 사항이 생길 경우도 전부 알리도록 하는 내용도 명시하도록 개정안에 담았다. 그러나 최종처리결과가 주목되지만 약하기 그지없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공직자의 사익추구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모든 공직자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마치 공기업만 매도하고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등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법안이 제기되면 이는 허울뿐인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중심으로도 그동안 시의원이 부동산 투기를 해왔다며 플래카드를 들고 출근길 1인 시위도 펼쳐졌다. 공무원들에게 특별 분양된 아파트도 상당수 전매되어 한 때 검찰 수사도 벌어졌지만 중개업자 몇 명만 감옥에 가고 유야무야 해버렸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전임 청장마저 투기세력화하고 세종시의원들마저 투기의혹으로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청사가 이전한 세종시에서도 개발과 관련 암암리에 투기행위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투기 복마전일 수도 있다. 차제에 세종특별자치시에 대한 투기실태도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세종시에는 현재 각종 대규모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주변지역의 땅값이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에도 심심찮게 부동산 투기세력들의 문제가 수면위에 떠오르기도 했다. 모두가 개발정보를 이용한 의혹이 제기된 문제이다. 이는 비단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런 투기세력의 준동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LH사태에서도 전주에서 원정투기에 나선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공익목적의 주거사업에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익목적의 부동산 투기를 저지른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반칙도 이런 반칙이 없다.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공직자 불법투기문제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그 진상이 철저하게 가려져 한 점 의혹 없이 만천하에 공개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고 봐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세력화해 사리사욕을 채우며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국회의원은 공공의 적이자 이미 자격상실이다.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번 사태가 LH직원에만 국한하여 어물쩍 넘어가는 수사가 된다면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에 허덕이며 고통을 겪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이 탐욕스런 부동산투기세력으로 둔갑해 사리사욕을 채워왔다. 이는 척결되어야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불법투기의혹을 철저하게 가려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는 반부패행위이자 반사회적 행위이며 국민배신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갓끈을 고쳐 매는 정도가 아니라 오얏나무를 통째로 훔쳐가는 도둑질이다. 공직을 이용한 불법투기세력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이번 불법투기의혹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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