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1년 37일만의 일이었다. 국제적으로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대상은 전국 보건소, 요양병원 등 1천915곳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었다. 먼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는 대상은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들이었다. 화이자 백신 접종지난 2월 27일부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됐다. 이 의료원 종사자 199명과 수도권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101명이 접종 대상이었다. 이들이 맞은 백신은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 5만 5천 명 전체에 대한 1차 접종은 3월 20일 완료됐고 2차 접종은 3주 뒤인 4월 10일 완료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총 7천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제약사별 계약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천만 명분, 얀센 백신 600만 명분, 화이자 백신 1천300만 명분, 모더나 백신 2천만 명분, 노바백스 백신 2천만 명분을 확보했고 코백스를 통해 1천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확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접종률이 떨어지고 11월 집단면역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인원은 각각 366만2587명(전체 인구의 7.1%), 2차 접종은 47만3994명(전체 인구의 0.9%)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다고 신고한 사람은 총 1만9,394명이다. 대부분인 1만8689건은 근육통·두통·메스꺼움 등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사례였다. 하지만 아나필락시스 의심187건·신경계 이상 반응 등 423건·사망95건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일 75살 이상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접종대상자의 40%를 웃도는 145만여 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34만 명 가까이는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다행히 75세 이상 노인들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은 화이자 백신이다. 이제 60세 이상의 74세 이하의 예방접종사전 예약도 시작됐다. 6월 3일까지다. 연령대별로 보면 70~74세는 지난 6일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65~69세는 10일부터, 60~64세는 13일부터 예약을 할 수 있다. 사전 예약 이후 60대 후반, 70대 초반 고령층은 오는 27일부터, 60대 초반은 다음 달 7일부터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백신을 접종하느냐다. 그냥 백신접종을 시작한다고만 했지 일부 뉴스보도 조차 무슨 백신인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가 큰데, 많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된다"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이상 반응은 0.1% 정도이고, 발열·근육통 증상이 대부분이니 접종에 참여해 달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의 반응은 그다지 신뢰감이 넘치지 않는다. 화이자 백신에 대한 신뢰감이 높은 반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다. 노인들의 경우에는 기저질환들이 많다. 이들이 화이자 백신이 아니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을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막연히 “백신접종의 이상반응 우려하지 말라”라는 말만 강조하면 어불성설이다. 75세 이상의 부모를 가진 자식들은 그나마 화이자 백신접종에 안도하는 시중의 상황임을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불신이 매우 크다.
이런 우려는 이미 시작됐다. 6월 접종예정이던 경찰에 대한 백신접종이 4월로 당겨져 시행되면서다. 그것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반발이 매우 거세다. 거의 강제적인 접종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마루타냐는 항변까지 하고 나섰다. 오죽하면 이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서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유럽이나 캐나다, 미국 등 국제적인 인식은 이미 나와 있다. 안전하다는 화이자 백신을 놔두고 자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려고 하니 국민 불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여기에다 마비증상이나 사망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신을 넘어 접종에 대한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백신접종 우려가 크다고 도매금으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불안하다는 것이지 화이자백신이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다. 본질을 호도해서는 결코 안 된다. 오죽하면 경찰마저 반발기류가 거센지를 알아야 한다. 접종센터를 찾아 노인들에게 한 “이상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질병관리청장의 말이 참으로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백신확보가 늦은 이유에 대해 국민들에게 보다 안전한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런데 왜 이런 접종을 자꾸 고집하는가 묻고 싶다. 차라리 화이자 백신을 구하기 어려워서라고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불신을 조장해 놓고 자꾸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지금 국내에서도 호전되기는커녕 변이바이러스까지 유입되어 비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염없이 연장되고 있다. 이제는 700명이 넘는 새로운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5월 5일 676명. 5월8일 70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시행하고 백신접종이 시작됐는데도 오히려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다. 그만큼 시중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고 있지만 점차 타성에 젖어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경제난도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당연히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은 과연 없는 것인가 궁금하다. 이달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60세부터 74세까지 노인들이 아무 걱정 없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경찰도 반발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백신접종 불안의 단초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기저질환을 많이 갖고 있는 노인들이 접종 후 이상증상이 너무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백신불안 이대로 좋은가가 우려에 그친다면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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