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사람들은 누구나 내일의 희망을 품고 산다. 그것은 어제보다 앞으로는 다가오는 내일에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하고 열심히 자기의 길을 정진한다. 여기에서 꿈과 희망, 행복이란 말을 하게 된다. 부정의 언어가 아닌 긍정의 언어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이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인 어린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많이 얘기한다. 어린이 노래에 이 단어는 양념처럼 등장한다. 그만큼 다가오는 내일의 행복한 세상이 소중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치인들만큼 이런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도 없다고 본다. 늘 국민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자신들이 국민들의 내일을 책임질 자신이 있다는 듯이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꿈과 희망은커녕 고통만 배가되는 현실을 접하는 국민들에게 정치인들은 마치 늑대소년의 말처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꿈과 희망이 불신과 실망, 거짓의 포장물처럼 되어 버렸다.

우리 대한민국의 삶의 질은 OECD국가 중에서 꼴찌나 다름없을 정도로 최하위 권을 맴돌고 있다. 세계 10위 권의 경제대국 치고는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말레이시아에 붙어있는 작은 나라로 무슬림 국가인 인구 40만 명의 브루나이 공화국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국왕이 생일에 국민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나라이기도 하다. 작은 나라지만 주택, 교육, 의료 등 대부분 국가가 부담하는 복지국가의 전형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국민들의 행복지수 내지는 삶의 질이 높은 나라들을 보면 사회적 안정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지난 3월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SDSN) 발표한 ‘2021 세계행복보고서’가 주목을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고서가 밝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살펴보면 1위는 역시 핀란드이다. 3년 연속이다. 그다음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이다.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뉴질랜드, 오스트리아도 상위 10위 권이다. 특이한 것은 북유럽과 서유럽이 높다. 복지국가인 이 나라들이 늘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북미권 등은 과연 얼마나 행복지수가 높을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북미권에서는 미국이 14위, 캐나다가 15위이다. 유럽 주요 국가 중 영국 18위, 프랑스 20위, 이탈리아가 25위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40위, 중국 52위, 홍콩은 66위로 한마디로 별로다. 대한민국도 늘 그랬듯이 초라한 성적표이다. 지난 한 해를 기준으로는 96개국 중 50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을 합하면 149개국 가운데 62위이다. 이번 행복도는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끼친 영향까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예년과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 보고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건강기대수명, 사회적 포용성, 삶을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 공동체의 나눔, 부정부패인식(정치·경제적 청렴도) 등 6개 항목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마디로 이웃 모두가 행복한 나라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행복은 수입이나 빈곤, 교육, 건강, 훌륭한 정치 등이 언제나 그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문제는 행복의 불평등 정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 자영업자들의 폐업 상황은 이른바 몰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이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무려 7만 5천 명이라고 통계청이 발표하고 있다.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이제는 벼랑 끝에 몰려 폐업 사태는 더욱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의 몰락은 코로나 단계 별 영업시간 제한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선택의 기로에 내몰려 있다. 도시마다 문을 닫은 가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세종시의 경우에도 곳곳의 상가 건물이 텅텅 비어있고 임대 표지만 이곳저곳에 나붙어 있다. 한 상가는 250만 원의 월세를 150만 원으로 줄여주고 석 달 무료 임대 기간을 준다고 해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자영업의 붕괴 현상이다. 심각한 고통의 현장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이들에게 행복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진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대선과 지방자치의 정치 시계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자천타천의 대통령 후보 군들이 국민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줄서기도 시작됐다. 정당들도 대표들을 선출하며 권력 쟁취를 위한 일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방 정가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등에서도 자천타천의 인물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내놓고 있다. 모두가 내년에 자신들이 선택을 받는 꿈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당선이라는 내일의 성취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코로나 충격이 지속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생사기로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다. 이 해법을 깊이 새겨야 할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자 하는 바로 정치인들이자 위정자들임에 틀림이 없다. 지나온 것보다 다가오는 날들이 더 아름답고 행복해야 하고 그 책임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곳에서 지난 고통은 여기서 멈추고 꿈과 희망이 가득한 내일이 되어야 한다.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어제 보다 다가오는 내일이 더 밝고 행복한 날들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삶의 질이 너무나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갈망이 더욱 크다. 코로나 충격으로 힘겨운 시기를 넘기고 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의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다. 폭풍이 지난 언덕에도 꽃이 피듯이 내일은 분명 아름다운 행복의 꽃이 우리 삶에 만개하길 '꿈과 희망'에 담아본다. 지나온 것보다 앞으로가 더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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