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한 때 유명가수의 노래를 모창하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진짜 가수보다 더 진짜인 듯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고 시청자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유명가수 목소리를 이렇게 똑같이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기교나 음색까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모창을 하는 극적인 장면이 어떨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장막 뒤에 가려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어려웠으니 진실게임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불문가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노래를 똑같이 흉내 내어 부른다고 해도 가짜는 가짜인 것이다. 우리 연예계에는 모창가수들이 참 많다. 유명가수의 노래는 물론 옷 입는 것에서 표정에 이르기까지 꼭 닮은 것처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똑같이 해도 모방이고 흉내지 진짜는 분명 아니다.
어린이들의 정직한 품성을 교육하기 위해 이솝우화가 많이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의 초기 산문작품으로 어린이 문학의 백미이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영향력 갖는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동물, 혹은 사물이 등장하는 짧고 단순한 이야기다. 진실을 전파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도덕적 교훈을 준다. 풍자적이며 허구 속에서 진실을 보게 된다. ‘양의 탈을 쓴 늑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개미와 베짱이’등등 많이 있다. 이 가운데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솝의 우화는 단연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다. 줄거리를 보자. 양치기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피운다. 동네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는데 헛수고로 끝난다. 양치기 소년은 재미가 있자 이런 거짓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결국 어느 날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은 이 소식을 급히 알렸지만 어른들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양치기 소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잡아먹힌다는 이야기다.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 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우리 말 속담에도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라는 말과 같다. 거짓은 곧 불신을 낳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기독교십계명에도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지니라.”라는 계율이 있다. 거짓은 진리가 아니고 죄악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도 거짓말은 나쁘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를 통해 정직을 배운다.
여기에서 경계해야할 것이 있다.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다. 흑백논리도 일소돼야 할 적폐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틀렸다는 이분법적 진영논리이다.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고사성어로 살펴보면’ 아전인수 (我田引水)‘,’견강부회(牽強附會)‘,’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등등이 있다. 이런 의식구조는 이념화되어 대립과 갈등, 분열의 단초가 되고 있다. 거짓과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내편 네편‘의 편갈이 문제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거짓이 진짜가 되고 진짜가 거짓이 되는 불행한 양상을 초래하게 된다. 이른바 선과 악이 뒤바뀌는 것이다. 정의를 가장한 불법이 판을 치는 것이다. 이런 사회나 나라는 미래가 없다. 거짓에 재미가 들린 양치기 소년의 말로(末路)처럼 비극만이 기다리는 것이다. ’흑‘을 ’백‘이라고 하고 ’백‘을 ’흑‘이라고 한다면 이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진실은 곧 진리이고 거짓은 불행을 낳는 죄악이다.
우리말에 타성(惰性)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되어 굳어진 좋지 않은 버릇이나 또는 오랫동안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진 습성을 말한다. 전과자들 가운데 사기전과자들을 보면 같은 수법으로 수십 번의 전과기록을 갖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폭행도 마찬가지다. 폭행전과가 수두룩하다. 사기는 곧 거짓이다. 우리 사회에 가장 고질적인 것이 바로 사기수법이다. 거짓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무고(誣告)도 마찬가지이다. 없는 일을 거짓으로 꾸며 고발하거나 고소하는 것이다. 이 역시도 악질적인 것이고 죄악이다. 타성에 젖어 거짓말이 난무하고 사기가 횡행하며 무고가 판을 치는 사회는 정상의 사회가 아니다. 법으로 처벌받기 이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상처를 초래하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선시계가 내년 3월 9일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 예비후보들의 경선이 치열하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강퍅하기 그지없다. 마치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 식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고발사주‘, ’제보사주‘, ’화천대유‘등의 황당한 의혹들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무슨 문제가 그리 많은지 코로나로 힘겨운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참말과 거짓말이 존재한다. 진실게임이 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의로운 사람들인지 타성에 젖은 정상모리배들인지 자못 궁금하다. 거짓과 위선, 사기성 폭로, 무고의 정치꼼수인지 아니면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몸부림인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거짓을 말한 인물은 현행법의 심판은 물론 역사의 준엄한 심판도 함께 받아야 한다. 국민을 우롱하며 거짓을 말한 자들을 모두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어리석은 범법자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