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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김태선  |  ktshm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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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26  1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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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논설고문


가을이 왔다. 2021년의 가을이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말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은 풍요로움과 평화로움, 아름다운 계절을 상징한다. 코로나에 지친 일상을 딛고선 가을이 여느 가을과 달라 보인다. 아직도 마스크 얼굴 세상이지만 가을이란 계절이 어김없이 우리 곁에 다가섰다. 올 가을을 맞는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은 아직도 코로나의 악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접종이 계속되고 있어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세를 보이나 싶더니 오히려 4,000명에 육박하는 최다 확진자가 발생해 엇박자가 나고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다. 추석연휴의 이동 탓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방역처방에 허점이 있는 것인지 명쾌하게 밝혀져야 한다. 1차 백신접종이 70%를 넘는 상황에서도 이런 정도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난 해 유입됐던 코로나가 아니라 변종바이러스라는 점이다. 지난 바이러스가 아니라 새로운 바이러스다. 가을은 왔지만 새로운 가을이 온 것과 같다. 한마디로 바이러스의 가을이다.

코로나 펜데믹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지금도 3∽4단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만 않고 오히려 확진자 최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형국이다. 자영업자들이 초토화되고 있다. 거리로 나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폐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견딜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벌써 20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얼마나 현실에 좌절했으면 이런 선택을 했나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취업자체를 포기한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다. 이른바 구직단념자만도 64만 6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주로 20∽30대 들이다. 도소매, 숙박, 음식업 등의 타격이 장기화되고 있다. 제조업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관광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어 버렸다. 운행이 중단된 관광버스가 곳곳에 즐비하다. 그야말로 망한 것이다. 가을이 다가 오면 단풍놀이다 등반이다 해서 성수기를 누려야할 관광업계가 늦가을의 을씨년스러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 해외 여행사들은 벌써 문을 닫아버린 곳이 많다. 이들에게 가을이 왔지만 가을을 느낄 여력이 없다. 잔인한 가을이 되고 있다.

요즘 대한민국은 대선경선이 한창이다. 각종 폭로전이 난무하고 있다. 상대후보의 약점이나 흠결을 들춰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 같은 폭로전 상황을 보면 훌륭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중에 한명이 내년 3월 9일에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는 점이다. 이런 국민 선택의 중심에 나선 후보들이 저마다 내가 대통령 감임을 자평하며 이런 저런 포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등장하는 이슈도 메카톤급이다. 얼마 전까지는 고발사주가 쟁점이 되었지만 이제는 이른바 성남시의 대장동개발의혹, 즉 화천대유 의혹이 세간을 뒤흔들고 있다. 천배이상의 천문학적인 이득을 올린 배경에 국민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황당한 이득배분 앞에 국민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특히 법조인들이 무슨 방패막이를 위해 대거 포진이 되어 있는지 조차도 의아하기 짝이 없다. 무슨 영화 같은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의 최다 확진자 소식보다 더 강렬한 이슈가 되어 이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이라 또 무슨 새로운 것이 폭로될지 자못 궁금하다.

이 가을에 대선전과 폭로전, 코로나로 인한 타격 등이 뒤엉켜 높은 하늘과 말이 살찌는 장면을 감상하기에 너무나 버거운 상황이다. 가을이 왔지만 2021년의 가을을 다소 삭막하기 그지없다. 가을을 알리기에 앞서 가을장마가 찾아와 다소 우울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난지원금이 나와 그나마 요긴하게 사용했지만 그것마저 벌써 소진되어 버린 사람들이 많다. 이래저래 힘든 시기이지만 가을하늘의 높고 푸른 모습은 변함이 없다. 밤과 감도 풍성하고 태풍도 많지 않아 들녘의 벼들도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한껏 느끼게 하는 가을임에 틀림이 없다. 비록 좋지 않은 주변의 상황이 마음을 움츠려들게 하지만 대자연의 평화로움과 풍성함을 선사하는 가을의 성숙함을 일부러라도 느껴봄이 어떨까 싶다. 풍성한 열매를 바라보고 높푸른 하늘을 가슴에 담아보는 가을방랑객의 운치도 좋을 듯싶다.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어려운 난국을 이겨내는 지혜가 이 가을 모두에게 넘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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