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199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노래 중에 배우 겸 가수인 신신애씨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가 큰 인기를 모은 적인 있다. 시작부분부터 예사롭지 않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 야이 야들아 내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혹자는 노래의 반복적 중독성이 강한 가사와 멜로디의 독특성을 말한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갈 때 저절로 흥얼거린다. 요지경(瑤池鏡)은 원래 이란의 장난감을 일컫는다. 렌즈를 장치하여 놓고 그 속의 여러 가지 재미있는 그림을 돌리면서 구경하는 장난감이다. 알다가도 모를 묘한 세상일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요지경이란 말을 쓰게 된다. 한마디로 뒤죽박죽 엉망인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터져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혼돈의 사회상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본다. 진짜가 아닌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의 백미이기도 하다.
또 요즘 아수라라는 영화가 세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남시의 화천대유의혹이니 대장동개발의혹이니 하는 것과 관련하여 유사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쩌다가 아수라라는 이름의 영화로 탄생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아수라장이라는 말을 많이 써왔다. 한마디로 난장판인 상황을 보면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이렇게 쓰는 아수라(阿修羅)라는 말은 아수라와 신들 사이의 전쟁인 인도 신화에서 나온 말이다. 힌두교의 초기 경전인 ‘리그 베다’에서 신들과 암흑의 대적이 싸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으로 항상 제석천과 싸움을 벌인다. 아수라의 영화가 보여주는 의미는 부동산 개발의 이른바 먹거리를 놓고 탐욕과 술수가 난무하는 싸움터를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며 영화 속의 이야기가 어쩌면 이렇게 현실 속의 그것과 흡사한지를 놓고 자못 놀래기도 하고 감탄을 하고 있다. 공익을 포장한 돈벌이와 검은 거래가 애꿎은 국민들의 고혈만 빨아대는 추한 모습이다. 아마 이 아수라 영화와 함께 성남시 부동산개발의 난맥상과 비리문제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파트값 폭등으로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세종시의 경우 분양가의 세 배 안팎이 급등하고 심지어 월세마저 두 배 이상 뛰어올라 난리가 아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서민들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단 세종시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전의 모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를 팔자마자 시세가 2억 원이 순식간에 뛰어올라 그야말로 판매자가 ‘멘붕’이 올 정도였다. 한마디로 미친 아파트 값이다. 그러니 청약을 시작하자마자 이른바 완판이다. 그것도 치열한 경쟁이 수반된다. 아파트 청약 시장 과열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 7월 27일 특별 분양과 28일 1순위 청약을 마친 ‘세종자이더시티’는 공무원 특공 폐지 후 첫 분양으로 119.7대 1이었다. 전국구 청약이 이뤄진 탓이다. 22만 842명이 몰려 세종시 최고 청약 건수를 달성했다. 지난 8월 4일 ‘세종 자이 더 시티 ’ 도시형생활주택 84㎡ P 경쟁률은 무려 2,474 대 1이었다. 이런 현상은 전국구청약제도를 시행한 때문이다. 로또청약으로 전국에서 몰려든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에 사는 실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전국에다 대고 부동산 투기를 하라고 방(榜)을 붙인 것에 다름이 아니다. 세종시아파트분양에 전국구 청약제도의 폐지는 당연한 것인데도 이런 제도가 슬그머니 들어와 지역민들의 빈축을 샀다. 그동안 2년 이상 거주자에게 청약 1순위가 돌아갔으나 이마저도 공무원 특공에 밀려 바늘구멍 청약에 멍든 지역주민들이다. 참 못된 머리만 굴러간다. 그러니 청약시장도 실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요지경이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요즘 세종시는 부동산 매물이 일제히 쏙 들어갔다. 이유인즉 세종국회의사당이 들어오기로 확정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사무실은 부동산을 팔겠다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겨 울상이다. 값도 천정부지도 치솟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여기에다 거래 규제도 강화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부동산값 폭등에다 새로운 규제까지 겹쳐질 경우 또 다른 부작용과 피해자의 속출도 우려되고 있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른 가격상승이 아닌 거래도 없는 가격 폭등이 아파트와 부동산 시장에 겹쳐 일어나면서 부동산 대란이 일고 있다. 어쩌다가 부동산으로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서민들이나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다. 국민고통의 이런 나라를 만든 위정자들의 정책실패는 두고두고 먼 훗날까지 회자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가 타격을 받게 된다면 국민행복을 논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세상이 삶의 기본을 무너트리고 요지경 세상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혼돈이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공영개발이 됐건 민영개발이 됐건 정상적인 이윤을 통해 국민들이 안정된 삶을 살도록 주거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부동산정책의 기초이자 공익의 기본이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어렵고 힘든 국민들의 고혈을 빨아대는 흡혈귀성 부동산정책이 지속되어서는 결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내년 3월 9일 대선을 향한 치열한 싸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청렴하고 정직한 세상을 향한 후보들의 진정한 정책 의지가 미흡하다. 코로나로 초토화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길거리를 메우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가득이나 돈 벌기 힘든 세상에 아파트나 부동산값만 급등하면 정상사회가 아니다. 가짜가 판치는 요지경 세상이나 난장판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의 세상은 대한민국 근본을 뒤흔드는 비정상의 세상이다. 이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강조하거니와 대한민국이 다시 깨어나야 한다. 국민 모두가 느끼는 대로 이대로는 결코 ‘아니올시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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