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간 장벽 허물고, 교수 인식전환 …융복합 교육 구축해야”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각 대학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쏠림 심화로 인해 지방대학이 고사될 위기에 처한 것이 오늘의 교육 현실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바로 지방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전투데이는 지난 19일 대전지역에서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정상철 전 충남대학교 총장을 만나 현재의 대학교육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대학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지난 2016년 충남대학교 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적십자사 대전세종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활동을 했다. 적십자사가 갖고 있는 ‘노루벌(서구 흑석동 구봉산자락)’을 생태원으로 바꾸어서 대전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제공한 것이 큰 보람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조직인 대전광역시 주민자치회 대표회장을 맡아 민주주의 정치·행정에 대해 시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경청하고,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다. 시민사회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충남대학교 총장 재직시에 대표적인 사업 성과에 대해.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충남대세종병원 개원 △디지털도서관 △정부재정지원사업 유치 △국제화교육부문 상승 △돌봄교실·야생동물보호센터·학생식당 ·세계최초 대학 내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카이스트와의 열린 길 구축 등이다.

충남대 세종병원 개원은 드라마틱하게 아루어낸 성과여서 기억에 남는다. 총장직을 걸고 뛰었다. 언론과 대전․세종시민들이 우군이 되어 전폭적인 지원으로 일궈낸 성과라서 의미가 크다.

당시 세종시장은 서울대병원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었다. 국회에서 예산도 145억원 정도 확보중이어서 자칫하면 서울대에 빼앗길 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충대세종병원 개원의 목표와 명분을 확고하게 갖고 있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과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자존심이었다. 병원의 품질은 시설과 의사들의 경험에 달려있다.

시설은 재정을 투입하면 되지만 의사들의 경험은 세종병원에 어떤 의사들을 배치하는 가에 따라 의료의 질이 좌우된다. 서울대병원에 비해 충대병원은 세종과 하나의 생활권이라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배치할 수 있다. 충대병원의 또 하나의 장점은 충북 오송의 바이오산업과 협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단대, 학부 등이 있어서 충대병원과 협업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만으로도 충대병원이 세종에 개원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세종시민들에게 큰 잇점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국회 예결위에서 서울대병원의 세종 진출사업 예산을 없애고 충남대세종병원을 개원하게 됐다.

21세기는 ‘메타버스’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학은 미래를 준비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대학도서관을 디지털화하여 미래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디지털도서관을 구축해 올해 개관했다. 임기 중에 정부 재정 290억원을 확보하여 디지털도서관 설립을 추진한 결과다. 디지털도서관을 통해 세계적인 인재들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총장에 취임했을 때 충남대가 유치한 정부재정지원사업은 최악이었다. 교수와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2년 반을 공을 들여 보직교수들의 노력을 통해 자신감이 붙은 결과 정부재정지원사업 유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전국최다 유치였다. 충남대의 정부재정지원사업 유치는 지역경제활성화에도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발전기금 모금 전국구공립대 1위 달성, 국제화교육부문 평가지표 상승, 유아돌봄교실 설치, 야생동물보호센터 건립, 학생식당 확대, 세계최초 대학내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카이스트와의 열린 길 구축 등이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도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들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대학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지.

머지 않은 시기에 국내 대학 세 개 중 한 개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예측보고가 있다. 대학마다 특성을 살린 ‘생존전략’을 면밀하게 짜서 실행해야 한다. 대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본래 역할이다. 4차산업혁명이 전개되는 시점에서 교육내용이 융복합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로봇, AI, 빅데이터, IoT에 익숙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과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교수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이 매우 어렵습니다.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요.

국내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데, 청년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일자리의 수요공급이 미스매치(mismatch) 상태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졸업자가 찾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전의 상황을 보면 소공업체들만 있고 히든챔피언이나 유니콘기업이 없다.

지방정부(대전)에서 벤처기업을 육성한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지만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벤처기업을 키울 수 있는 적절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벤처기업이 공장(생산시스템)을 설립하기 어려우니 공유형 공장을 지원해야한다. 벤처기업의 아이디어가 실현되어 제품이 되고 판매되기까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해야한다. 연구소의 원형지 제한을 풀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도 대안 중의 하나다.

▲대전의 현안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대전시는 활력을 잃은 채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다.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활력을 되찾고 현안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대전의 정체성 정립을 논의할 시점이다. 과거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로서 활기를 띤 시절이 있었다. 대덕연구단지로 한때 도약을 한적이 있었으나 거기까지였다. 연구도시에서 기술을 접목하여 R&D 혁신도시로 제대로 성장했어야 했는데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다. 대전의 무기력한 현안을 타파하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치·행정·시민들의 협력으로 과학기술, 예술과 경제, 세 가지를 한바구니에 담아 선순환구조로 바꿔야한다.

증강·가상현실타운을 조성하여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손을 잡고 마치 노래방처럼 시내 곳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3대 천변에서 버스킹공연이 이어지고, 예술창작이 과학과 접목되어 한류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지가 된다면 활력을 되찾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대전 어게인 2050’을 꿈꾼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이유는 무 엇이고,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전시장으로 출마 할 것이라는 하마평이 있는데요.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지난달 18일 지지선언 때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기회’와‘과정’의‘평등’이 회복되어야 한다. ‘공정’을 무너뜨린 부패한 정권과 오만무도한 거대 여당의 횡포를 반드시 심판해야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성인군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무능력한 국정운영으로 비정상이 된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정의롭고, 불의에 당당하며, 분명한 소신과 상식이 통하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다.

저는 그 적임자가 바로 윤석열 후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윤석열을 지지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 논할 시기가 아니라 현재는 정권교체를 위해 전력투구 할 때다. 대전 시민들께도 변화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지지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인생철학은 무엇이고,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동양철학의 인의예지신에서 ‘의(義)’를 가장 중시한다. 생활철학으로는 ‘정직’을 실천하고 있다. 정직하면 실수도 개선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전장에서 죽기를 바란 삶을 산 것 같다. 최근 정치활동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또 시민들의 나은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유발하라리’의 호모데우스를 감명깊게 읽었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게 된 시대에 전개될 수 있는 포플리즘, 전체주의, 정당과 노조 등에 의한 독재를 경계하며, 인류의 행적을 되짚어보게 하는 통찰력이 탁월하게 돋보이는 책이다.

▲대전시민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대전은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하여 영호남, 서울·경기 등 각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로서 지역색이 엷다. 혈연, 지연, 학연의 힘이 약한 만큼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곳이다. ‘다름’을 용광로에 넣어 녹인다면 튼튼한 강철을 만들 수 있다. 대전이 그런 곳이다.


<정상철 전 충남대학교 총장 주요 약력>

現 충청연대 상임의장
現 바른교육전국연합 상임회장
現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
現 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 명예회장

대전대흥·원동초등학교 졸업
대전중학교·대전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석사·박사)

前 충남대학교 총장(제17대)
前 대전광역시 정책자문단장
前 조달청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
前 KORAIL 경영자문위원회 중앙위원
前 삼성전기 HR포럼 자문교수
前 대청호보전운동본부 이사장
前 대전법원시민사법위원회 위원장
前 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 회장
前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 회장
前 대전광역시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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