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2년 전 중국발 요소수 대란이 연말 또다시 재발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느닷없는 소식에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으로 산업용 요소 통관을 급작스럽게 보류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2년 전에도 다른 나라에서 긴급수입하기까지 하고 결국 중국에서 원자재를 다시 수입하면서 큰 분란을 막은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겪었는데도 같은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요소수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 중국이 수출을 막아버리면 대란을 피할 수 없다.

연말 품귀현상의 원인은 중국이 지난달 말부터 우리나라로 산업용 요소 통관을 보류하면서 빚어지고 있다. 중국 자국 내에서도 요소 가격이 급등해 지난 9월 비료용 요소수 수출중단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요소수 문제는 이미 예견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하는 요소수 가격보다 싼값으로 들여오다 보니까 요소수 대란 이후 지난해 67%까지 떨어졌던 요소수가 90% 이상으로 다시 의존도가 높아져 빚어진 현상이다. 정부는 3개월분의 재고분을 비축해 당분간 큰 대란이 없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품귀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가격상승은 물론 자칫 비축분마저 조기 소진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벌써 물량 제한 판매 등으로 시장 상황이 비상이다. 다시 수입 다변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언제나 이렇듯 불안하고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팽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대형화물차의 경우 요소수를 넣지 않고서는 운행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고 운행하면 차량 시스템이 고장 나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디젤 차량의 경우 꼭 필요한 물질이 요소수다. 이런 요소수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니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2년 전 대란을 통해 경험했다. 한때 의존도를 낮춘다고 하다가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맛에 또다시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어리석기 짝이 없다. 비축분이 3개월분이 있어 당분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미 품귀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만약 장기전으로 갔을 경우 우리나라 물류대란을 촉발할 수도 있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자기네 나라에서도 가격이 상승하는 요소수를 싸게 우리나라에 팔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后杀他)란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인 것 같다. 나부터 살자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늘 중국에 의존하는 요소수 수급 대책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의 성향으로 볼 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요소수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유비무환을 일깨운다. 대비가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호떡집에 불난 듯 부산해지고 있다. 정부가 요소와 흑연 등 이미 공급망 이슈가 발생한 원자재 외에도 수산화리튬과 희토영구자석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원에 대한 공급선 다변화 대책을 연내에 발표한다고 한다. 자원 공급망 이슈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자원에 대해 선제적으로 공급망을 점검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물론 앞서 올해 2월 정부는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통해 33개의 원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실행이 늦어지면서 이처럼 결국 요소수 품귀현상과 2차 대란의 우려가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늘 지적하는 것처럼 2차전지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생산해왔다는 점도 불안 요인 중의 하나다. 내년부터는 국산화도 꾀할 것으로 보이긴 한다. 전기차와 풍력발전 등 친환경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희토영구자석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지난 4월에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어 영구자석 수급 대책도 절박한 상황이다. 중국에 의존하는 광물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수출입 다변화는 이제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속수무책으로 당할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비축분을 내놓고 시장 교란을 막겠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 불안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가격상승과 사재기 우려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초래하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1월 말부터 조짐이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해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인데 여기에다 요소수 품귀현상까지 빚어지니 흉흉하기 그지없다. 무슨 배급을 하는 것처럼 요소수를 판매하고 있으니 참으로 황당하다. 우리 산업에 이렇게 중요한 물질이라고 한다면 평소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고작 3개월분의 비축분이 있으니 염려 말라는 식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요소수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광물 자원도 하루빨리 수입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확보전에 들어가야 한다.

중국은 화학비료의 원료인 인산암모늄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95%에 달하는 화학비료의 원료인 인산암모늄까지 수출 절차가 중단되어 비상이다. 요소에 이어서다. 희토류와 철광석을 포함하여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전방위로 확대해 자원을 무기화하는 중국의 조짐을 엿보게 된다. 이는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직격탄을 던지는 격으로 선제적 조치가 절박한 상황이다. 대책만 있고 실천이 없으면 늘 앉아서 당하는 꼴이 되기 쉽다. 중국에 관한 한 그동안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진통을 겪어왔다. 아직도 신뢰를 보내기에는 첩첩산중인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짝사랑하는 식 대중국 의존도 경제정책은 위험천만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고통을 당한 곳이 바로 중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안면몰수식 외교나 수출입 행태가 재현될 수 있다.

이미 자원무기화가 시작됐다. 중국이 반한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한국 관광을 막았던 때가 바로 엊그제다. 요소수 2차 대란 우려는 바로 중국을 향한 자원의존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이를 알고도 유비무환의 자세를 실천하지 않으면 백전백패일 뿐이다. 연말 갑작스럽게 요소수 대란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중국의존도의 자원외교 위험성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페이퍼용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잠시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해 비정상의 순간을 모면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고통이자 후회뿐이다.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연말 요소수 품귀현상이 던져주는 교훈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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