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기척도 없이 여인의 버선발 걸음으로 늦잠에 취한 들판의 새싹들 파릇파릇한 얼굴로 봄노래 하고 뒷마당 매화도 님 생각에 마음 조급하여 꽃망울 터뜨리고 내 마음의 봄비는 언제 오려나, ▶시작노트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오는 것이 봄비다. 때론 겸손하게 보일 때도 있다. 시절은 또 한 해가 시작되고 봄비가 지
꿈꾸는 노총각 강변 버들강아지 피리소리에 아지랑이 춤추고 산과 들도 부스스 기지개 펴는데 고집 센 함박눈은 부끄러움도 잊어버리고 목련 가지가지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건넛마을 노총각 칠복이 화사한 얼굴에 반하여 방망이질 치는 가슴 쓸어안고 목련꽃 한 송이 두 손에 쥐어 들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이라 속으로만 불러본다
나도 생각이 있다 옆구리 아무리 찔려도 눈이나 깜박 하는지 봐라 양파 까듯이 아무리 까도 마음속을 알 수 있는지 봐라 한번 먹은 마음은 민들레 첫 단추 잘못 끼운 것도 사실을 사실대로 알았다면 믿는 도끼 발등 찍는다는 것도 누가 암까마귀 수까마귀인지 알길 없지만, 흔들리는 두마음 여명의 아름다움도 아침 햇살은 용서
산마루의 벚꽃 내 어린 시절 친구 만호 머리통이다 온산마루가 부스럼이 더덕더덕 진물이 흥건하다 사나흘 내린 봄비가 전부 씻어 내리고 산마루는 연초록 머리카락이고 살랑거리는 잎사귀들이 봄 인사하기 바쁘다 그 옛날 보릿고개 사연 맺힌 머리통의 추억 나도 벗도 님의 머리카락도 하얀 향기로 적신다. ▶시작
꽃샘 마디마디 쌓인 수많은 사연 바람의 기척에 기지개 펴는 홍매화 봄은 왔는데 봄 소리는 안 들리고 긴긴 기다림도 절망의 늪에 빠진다 따뜻한 햇살 아지랑이 춤추며 이봄 가기 전에 심술 날리고 향기 가득 담은 홍매화 님 기다리는 마음 조급 하겠다 ▶시작노트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기다려 이제 핀 홍
봄 마중 앞산 마루에 걸터앉아 무엇이 그리 수줍음이 많아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 했건만 눈치만 보고 있나 엄동설한 칼바람과 싸우면서 견디는 너의 인내를 아는지라 고생 끝에 낙이라고 이제, 시절이 너를 반긴다. 아련한 아지랑이 타고 내려오면서 슬쩍 만지기만 해도 매화꽃봉오리 꿈에서 깨어나고 온 세상이 꿈틀꿈틀 기지개 펴고 향기
매화와 만남 동짓달 매서운 바람에 알몸으로 부끄러움도 죽이고 서러움 참지 못하여 슬피 울기만 하드니 강변 버들피리 소리에 긴 꿈에서 깨어나 봄바람 타고 와 바람에 향기 실어 나르며 화사한 얼굴 실눈으로 바라보며 마냥 웃고만 있는 그대 만인의 연인이 되고 익어가는 봄에 눈 날리는 그대를 그냥, 울렁이는 가슴 안고 바라
봄물 햇살이 봄을 안고 오는데 구름이 시샘하여 심술부리고 바람은 그냥 따라 춤춘다 그래도, 벚나무가 양팔 흔들며 지난해 약속을 잊지 않고 화사하게 인사 한다 흰눈 내리며 서로 살 비비고 분홍으로 멍들어가는 내 마음도 봄물 되어 녹아내린다. ▶시작노트 겨우내 움츠린 육신과 생각들이 봄 햇살에 생기가 돌고 몸과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봄에서 시작이라 봄에 피는 많은 꽃들 소리 소문 없이 떠나며 열매는 꽃을 먹고 꽃은 열매를 낳고 고통과 시련이 어이 너만의 산고인가 해 뜨고 지고 또 뜨고 암흑 같은 거칠고 머-언 길 왔으며 하늘의 먹구름 속에서도 산다는 것이 보인다. ▶시작노트 삶에서 순탄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분수도 모르고 반백년이 훌쩍 지난 예전 어린 시절 친구들과 비교하면 늘 부족한 것 같아 어머니께 투정했다 내손을 꼭 잡고 어찌 사람이 살면서 다 가지고 살 수 있나 아마도 너 친구도 너를 보고 부러워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분수라는 것이 있다 분수를 잘 지키고 살아야한다 한참 후 분수라는 말을 이해했다 게
입춘 절기가 입춘인데 왜 이리도 추위가 더디 가는지 추위가 가는 시간은 내 걸음걸이고 절기가 다가오는 세월은 손자 놈 뜀박질이다 그래도 입춘이다 만물이 움트는 새싹처럼 울렁이는 가슴 안고 봄맞이 가고 싶다 가기 싫은 추위야 넌들 어쩌라 갈 땐 뒤돌아보지 말고 가거라 푸른 잔디에 횐 골프공 올려놓고
새로운 시작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희로애락을 연기하는 그런 하루를 가면을 쓰고 내면을 숨기고 산마루에 걸터앉아 온산의 노을을 불태우고 있다 소년은 청년의 푸름을 그리워하고 청년은 어른의 권위를 부러워하고 많은 과오들이 긴 꿈속에서 꿈꾸며 이제 무엇이 벽일까? 마음가는대로 끝없는 생의 화두를 노을에 실을
겨울비 마을에 초상(初喪)나면 아랫마을 용철이 생일날 코가 빨갛게 물들도록 취하면 두만강 푸른 물에, 한가락 뽑는다 동짓달도 저물고 대한이 코앞에 왔는데 시절도 용철이 닮아 주룩주룩 청승스럽다 손자 놈 스키장 못가 가슴 타들어가고 어미는 엷은 미소 머금고 있다 구장댁 울타리 동백나무도 불청객에 속아 꽃망울 터뜨
바람이었다 하늘과 땅은 흰 구름 속으로 숨어들고 함박눈이 내린다. 마음은 소년이 되어 몸으로 세상을 쓸고 다니며 흘린 낙엽에 생각이 멈추고 쓸고 다니는 바람이었다 단풍이 낙엽 되고 마음은 세월을 먹어버리고 푸른 잎의 시절 찾아 헤맨다. 내가 낙엽인줄 나만 모른 채 함박눈은 소년의 얼굴을 적시며 이리저리 어제를
계묘(癸卯)년을 보내면서 쉼 없는 세월이 냉정하여 푸른 청룡이 검은 토끼를 산속으로 쫓아버린다 내 삶속에서 다시 계묘(癸卯)를 만날 일은 내 생각이 끝날 때까지 기억 속에 있을 것이다 시(詩)가 있는 삶을 경험하고 수많은 인연들 만남을 위하여 헤어짐을 생각하는 동행들 언제나 헤어짐은 아쉬움과 슬픔이 마음 누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