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연말 반갑지 않은 인구감소 소식이 들려왔다. 저출산고령화 추이가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가 소멸하는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다. 정부가 우리 인구의 구성에 관한 장기 전망을 공식 발표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50년 뒤에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5,167만명의 인구가 3,600만명 대로 떨어지고 65세 인구는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727만 명까지 늘어난다.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63.4세가 넘는다. 신생아도 2072년에 16만 명으로 떨어져 지난해의 65%에 불과하다. 국가 경제의 활력은 물론 경제성장률조차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영국의 한 석학은 한국이 지구상에서 인구감소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소름이 끼치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 소멸에 대한 해외의 지적까지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는 경제활동을 하는 100명이 노인 24명을 부양했지만 50년 뒤에는 100명이 104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인구 절반 이상이 노인이고 생산연령인구도 절반으로 떨어진다. 모든 수치가 최악이다. 나라가 없어지고 있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면서 모두가 경악하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지방소멸도 시작됐다. 전국 240여 개 지역 중 이미 180여 개 지역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출산율이 0.7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의 오명을 갖고 있다. 65세의 인구가 20%를 넘는 경우를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충남 금산의 경우 이미 34.5%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미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50만 명에 육박해 국내 인구 중 고령자의 비중은 18.4% 수준이다. 지역사회는 이미 초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올해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지역은 전남(25.5%), 경북(23.9%), 전북(23.4%), 강원(23.3%), 부산(22.2%), 충남(20.4%) 6곳이다. 통계청은 2년 뒤인 2025년이면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민국이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소멸이라는 위기감과 절박감을 안겨주고 있다. 불과 50년 뒤의 대한민국은 추동력을 상실한 나라로 변질한다. 이는 국내외 모든 분석이 일치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지방소멸에 이어 국가 소멸이라는 장래 추이가 이미 경종을 울려 주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해서는 미래의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모든 수치가 이를 말하고 있다. 단순히 수치만 제시하고 미래에 이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머물 수 없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2024학년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71명으로 사상 처음 40만 명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입학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2015년도부터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는 출산율 추이를 보면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낮아졌다. 합계출산율은 15세 이상 49세 가임기간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데 2018년에 1명대가 무너진 이후 더 낮아지고 있다. 이는 학생 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시골에는 폐교가 늘고 있다. 비단 초등학교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학도 해마다 미달학과가 늘고 있고 심지어 폐과도 속출하고 있다. 저출산의 여파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부터는 2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가정에 대해 다자녀 혜택도 주어진다. 출산율이 낮다 보니 그 기준도 낮출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공공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른바 특공이다.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및 완화 혜택과 초중고 교육비도 지원되는 등 여러 가지 다자녀 혜택이 주어진다.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자구책이다.

합계출산율이 1.25명으로 우리나라 0.78명보다 높은 일본에서도 특별 대책이 나왔다. 최근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일본 정부는 3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다자녀 세대에 대해 2025년도부터 가구 소득 제한 없이 모든 자녀의 대학 수업료 등을 무상화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일본 정부는 4년제 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 고등전문학교 등의 수업료도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수업료 외에 입학금도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다자녀 혜택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유인책이 없이는 저출산의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취업과 주거, 양육, 교육에 이르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유인책이 절실하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프랑스에서도 3자녀만 낳으면 먹고살기 쉽다는 말이 있었다. 남의 나라말로 들었던 출산율 독려 대책이 이제 우리 일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15년간 무려 280조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OECD 꼴찌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자체마다 출산장려책도 다양하다. 괴산군에서는 올해 셋째와 넷째 쌍둥이를 낳은 가정이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나라는 0.7%대의 출산율마저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다. 작년 8월에 17만 명인데 올해는 15만 8,000명 정도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저출산고령화문제는 국가의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로 떠올랐다. 인색하지 않은 특별 대책을 마련해 국가 존망의 기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280조의 천문학적인 저출산 대책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작이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해 진단해 대처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달려있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대오각성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50년은 너무 짧다. 이대로 가면 세계에서 최초로 대한민국이 사라진다는 경고를 엄중히 수용해야 한다.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들이 정쟁을 일삼으며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세월을 허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가 소멸 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다. 국가 소멸이냐 보존이냐 국가번창이냐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리의 생존 문제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