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새해 벽두부터 사건·사고로 얼룩지고 있다. 일본의 이시카와현의 규모 7.6 지진 여파로 동해안에 쓰나미가 몰려와 가슴을 쓸어 담았다. 피해가 없이 마무리되어 다행이지만 일본은 지진 피해가 상당해 충격을 주었다. 그런가 하면 새해 들어서면서 경북 울진과 경기 군포,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LPG 충전소 폭발과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전국에서 각종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새해를 맞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다. 급기야 부산 가덕도에서는 지난 2일 오전 10시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사건이 발생해 온 나라를 벌꺽 뒤집어 놓았다. 60대 피의자가 준비한 흉기로 목 부위를 피습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부산대 권역별 외상센터로 옮겼다가 응급구조 헬기로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전원해 수술받았다. 과거 2006년 5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50대 괴한으로부터 커터칼로 얼굴을 피습당해 수술한 적이 있는데 마치 그때를 연상시킨다. 인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안면신경을 비껴가 위기를 모면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대전은요?”라는 말로 대전 판세를 뒤집는 등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극단적인 정치혐오 풍조가 변함없이 만연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한마디로 정치 불신이다. 사건 사고로 얼룩진 새해 시작이 너무 어수선하다.

부산피습사건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충격적인 피습사건이 벌어진 이후의 과정이 바로 그거다. 그 첫째는 의료전달체계를 무너트렸다는 것이고 지방 의료진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이용조건이 맞지 않는 119 응급의료헬기 이용 문제다. 셋째는 부산대병원에서 이송을 요구했다는 서울대병원 측의 브리핑 내용이다. 벌써 두 병원 간의 진실 공방으로 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넷째는 국민은 궁금한데 투명한 브리핑이 이뤄지지 않다는 점이다. 사건의 중대함 못지않게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하고 전원하는 과정이 쟁점이 되고 있다. 급기야 부산시의사회, 광주시의사회, 서울시의사회, 대전시의사회, 전북의사회 등이 성명서를 내고 이런저런 일련의 과정에 대한 부당성을 매섭게 성토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측의 브리핑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에는 수많은 전문 의사들이 산재해 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전문 의사들은 어렵지 않게 무엇이 문제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피습된 목 주위의 상처에 대한 진단도 열상이냐 자상이냐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경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어서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좋지 못한 행각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4월 총선을 앞둔 정치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여파와 추이와 관련 정치권의 셈법도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일련의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정치권의 언행이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이 어떻게 종료되건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특히 중앙과 지방 의료 차별화 문제가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양곡법 개정안과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에 이어 새해 들어서도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 특검도 거부권이 행사됐다. 총선용 두 가지 악법으로 규정하고 재의를 요구한 것이다. 야당 주도로 해당 법안이 통과된 뒤 8일 만이다. 임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의결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특검 법안은 민생에 집중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할 시기에 정쟁을 유발하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쌍 특검 외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이른바 ‘방송 3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모두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쌍 특검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힘에서 찬성표가 다수 나오지 않으면 부결된다. 문제는 이렇게 국회를 통과한 법들이 폐기될 것을 알면서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리당략과 정쟁에 몰입해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이런 의정 자세는 결코 국민을 위한 자세일 수 없다. 상생과 타협의 정치가 부재한 탓이다. 무모한 법 양산 강행과 극한 대립이 변치 않는 22대 국회는 아마도 추한 국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진영논리에 따라 수용 자세가 다르지만 잦은 거부권 행사도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역사적 심판에 맡겨질 것이다.

이런 정치 분위기 속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출현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정당들은 이른바 혁신과 변화라는 이슈를 내세우며 물갈이를 대폭 할 조짐을 보여 이합집산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헤쳐모여’ 식의 신당 출현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청년세대와 중도층 등을 겨냥하며 차별화를 기하고 있지만 아직은 폭발적인 지지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신당 출현이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탈당파들이 추구하는 신당들의 파괴력은 과거 3김 시대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듯싶다. 정치의 선진화가 아닌 이합집산 세력들의 정치가 과연 국민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신뢰받을지 자못 궁금하다. 문제는 국민을 외치고는 있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행각의 정치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른바 퇴출 대상인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얕잡아보고 있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표리부동한 정치인들의 행각에 국민만 헷갈린다. 국민이 나서서 뜨거운 맛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인 4월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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