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찰한 來올래 署더울 서 往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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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것은 더운 곳으로 내려오고, 더운 것은 찬 곳으로 올라간다


역에 말하기를,‘한왕즉서래寒往則署來 서왕즉한래署往則寒來하니 왕 자往者는 굴야屈也(굽어돎)요 래자來者는 신야信也(두루 폄)라.’
역에서는 말하기를, 찬 것이 가면 더운 것이 오고 더운 것이 가면 찬 것이 오는데, 간다고 하는 것은 찬 것이 더운 곳으로 나선형으로 굽어 돎이요, 온다고 하는 것은 더운 것이 두루 펴 돎이다. 이 이치가 다름 아닌 역학의 기원이 되는 풍동風動(바람, 움직임)의 생기설生氣說이며, 만법의 기동설起動說이다.
‘한래서왕寒來署往’이라는 구절의 깊은 뜻을 출세간법으로 알아보자. 여기에는 불법에서 가장 높다는 12연기설緣起說*의 무명에서 행이 나오는 묘의가 숨어 있다. 12연기설은 무명無明이라고 하는 마음 가운 데, 맑던 눈이 피로해지면 헛것이 보이는 것처럼 허망하게 일어난 의 식의 밝음과 무의식의 어둠이 서로 오래 대치하는 과정에서 고요한 마 음 쪽으로는 생명계인 중생계가 생겼고, 움직이는 쪽으로는 만물의 바 탕이 되는 천체계가 성립되었음을 얘기하고 있다. 그 움직이는 행음行陰의 동력動力(힘)을 업력業力이라고 말한다.
업력이 생기는 과정을 보면 밝음인 온溫과 어둠인 냉冷이 원인이 되어 온냉이 서로 교류하여 바람의 바퀴인 풍륜風輪이 생겼다. 이렇게 동 전動轉하는 동력으로 말미암아 만류가 일어났다 꺼졌다 하는 생멸의 업력이 있게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아무것도 없는 데서 필경 무엇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를 불교에서는 12연기법이라 한다.
12연기의 시발은 의식과 무의식이 잠든 무명無明이다. 무명에서 행 行이 나오고, 행에서 식識이 나오고, 식에서 명색名色(五陰: 色, 受, 想, 行, 識)이 나왔다. 명색에서 육입六入(六感)이 나오고, 육입의 육감에서 접촉 이 일어나고, 접촉에서 애착이 생기고, 애착에서 가지려는 욕구가 생 겼다. 그 욕구에서 유정有情이 생기고, 유정에서 생명이 나오고, 생명 에서 노병사와 우비고뇌憂悲苦惱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생로병사와 우비고뇌를 없게 하자면 근본 무명인 마음을 멸해야 하므로, 마음을 주시하는 삼관법三觀法이 대해탈로 가는 불교 의 요체가 된다. 이 삼관의 삼매수행법은 모든 부처님의 참선법이다. 삼관법은 환경과 몸과 마음을 구름 같은 환상으로 보는 환관幻觀, 심신 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멸관滅觀, 식심이 고요해지는 적관寂觀의 세 가 지를 말하며 이 수행법이 불도 수행의 기본 교지敎旨이다.
12연기의 교설은 대각을 성취하신 제불의 불지견佛智見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무명이 동動하게 되는 행위가 도대 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그 답은 태극도太極圖를 보면 나온다.
무극无極은 마음이라는 우주적인 무명이다. 이 무명은 마음이 밝고 따뜻한 의식과 차고 냉정한 무의식으로 분리되면서 양쪽이 서로 밀고 당기는 묘한 중성中性의 잠재의식이 생기게 되었다.
이 잠재의식이 마음이라는 장식藏識에 끼어들면서 같은 것은 밀어내 고 다른 것은 잡아당기는 동반·이합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망상의 행위가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이 망상의 행위가 곧 만 법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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