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공약에서부터 저출산 대책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이 제시되고 있다. 신당을 창당한다는 곳에서도 공약을 제시했는데 노인 세대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내용이 등장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가칭 개혁신당이라는 곳에서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폐지할 것”이라는 노인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대한노인회는 “신당이 아닌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노인의 행복권 박탈과 소품을 배달하는 노인 일자리까지 박탈하는 무지한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는 공약으로 1,000만 노인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른바 교통복지를 내세우며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신당을 향한 주목도를 높이고자 하는 저의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립과 갈등의 구태의연한 정치 행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언론 이슈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수준 이하의 선동 정치로서 총선을 앞두고 국민 감동과는 거리가 먼 공약이 쏟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되던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막가파식 공약(公約) 제시가 늘 빌 공(空)자 공약(空約)이 되어 왔던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출산 대책도 나오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을 야당대로 새로운 시도라고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역시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제시하는 내용을 보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1억 원 제공 내용이 등장하고 있지만 총론에 있어서는 새로운 대책은 아니다. 여당은 '일·가족 모두 행복'이란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아빠 휴가'(배우자 출산 휴가) 1개월 유급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150만 원→210만 원 인상,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 돌봄 연 5일 휴가, 임신 중 육아휴직 사용을 배우자에게도 허용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유급 육아휴직 등이 담긴 저출산 대책이다. 여기에다 달라진 것은 인구부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주거, 자산, 돌봄, 일·가정의 양립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주목되는 것은 '결혼·출산 지원금' 제도 도입이다. 모든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가구당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한다. 원리금은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차등 감면된다.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전환, 두 번째 자녀 출산 시 무이자와 함께 원금 50%를 감면해준다. 세 번째 자녀 출산 시엔 원금 1억 원이 전액이 감면되는 식이다. 돌봄 정책으론 양육 지원금 정책을 내놨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립자산 1억 원 지원이 골자다. 자녀에 대한 자립 펀드 조성을 지원해 출생 시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매달 10만 원을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하고, 동일 금액을 부모가 입금해 자녀가 성인이 되면 원금과 운용 수익을 자유롭게 인출해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방식이다. 아울러 직장 육아휴직 신청 시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방안도 제시했다. 저출산 정책을 총괄할 인구위기대응부 신설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여야 모두가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새로운 부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저출산과 관련한 절박성을 공감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지금 제시된 여야 간의 저출산 총선 공약은 합일점을 찾는다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지만 용두사미 정책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인구 위기와 지방 소멸 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새롭게 주목을 받는 것은 여당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당 귀책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등 약속이다.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근절법안 마련도 제시됐다. 아마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당발 후보들의 불체포특권 서약이 필수항목이 될 듯하다. 벌써 포기 서약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야당도 이에 화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50명의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도 이슈다. 일각에서는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많았고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셌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국회의원 스스로가 빚은 자업자득의 결과다. 불체포특권뿐만 아니라 180개의 특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그야말로 군림하는 자로서가 국민 봉사자로서의 국회의원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유럽 국회의원의 봉사 자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 제기되는 것 이외에도 앞으로 총선용 공약들이 더 쏟아져 나올 것이다.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유권자이자 주인인 국민이 바라는 것들이 나와야 한다. 표심을 얻기 위해 국민 앞에 내놓는 공약(公約)이 빌 공(空)자 공약(空約)이나 거짓이 아닌 신뢰받고 실현이 가능한 참된 공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급조 공약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지만, 그 허와 실을 잘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공약을 교묘하게 각색하여 내놓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바를 찾는 진실한 공약인지 여부도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공약은 물론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4.10총선은 신당 출현과 후보자들의 난립이 예상된다. 저마다 자신들을 선출해 줄 것을 호소하겠지만 등장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아직도 진부하다.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선거인데도 그렇다. 대립과 갈등, 붕당정치로 얼룩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되살리고자 하는 자구노력이 미흡하다. 벌써 제시하는 공약 중에는 세대 간 갈등과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작태가 등장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모든 공약과 정책의 추진에는 유권자인 국민의 공감이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숱한 부작용과 문제점을 드러낸 주요 정책에는 침묵하다가 힘없는 노인 세대들을 희생양 삼는 정책을 내놓고 침을 튀기는 정치인의 표리부동한 정치 행각이 참으로 가증스럽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섭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죽을 때가 다된 노인에게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경악스러운 망발과 노인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던 정치권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민을 말하고 노인복지를 들먹이며 사회복지를 들먹이는지 자못 궁금하다. 국회의원에게 주는 혈세나 허튼 곳에 쏟아붓는 예산을 줄이면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는데도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오히려 평생 한강의 기적을 일궈온 노인 세대에게 사회적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모순덩어리이자 어불성설의 작태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 정치를 이전투구 판으로 만드는 부도덕한 정치인과 부정부패 정치인을 척결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실현 불가능한 급조 공약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도 총선 심판대에 올려 민주주의 선거가 무엇인지를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심을 바로잡는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이 절실하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어떤 결과물이 나오던지 대한민국 정치판의 지형과 국운은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중차대한 4.10 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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