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벌써 2월이다. 청룡의 해에 들어선 지 엊그제 같은데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2월도 우리에게 무수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2월은 무엇보다 기다림과 설렘이 함께 하는 달이다. 전국 주요 대학 정시모집 합격자들도 발표가 된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졸업이라는 종결의 의미도 주어진다.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뿌듯함이 함께 하는 달이 바로 2월이다. 동시에 모든 준비가 끝나 이제 새로운 도전을 기다린다는 의미도 있다. 계절적으로는 긴 겨울이 끝나고 4일 입춘을 넘어서 3월 봄을 향한 기운도 서서히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는 29일이 있는 2월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짧게 느껴지는 2월이다. 특히 올해 설 명절 연휴가 9일부터 나흘간 주어져 2월은 금방 지나갈 듯하다. 지난해는 1월에 설이 있었지만, 올해는 2월에 있어 2월의 의미가 새롭기만 하다. 코로나 격리의무가 해제되고 처음 맞는 오랜만의 설이기도 하다.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어 마스크 없는 얼굴로 온 가족들이 모처럼 함께 하는 설이기에 더욱 뜻깊은 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정상을 되찾은 설이다. 짧지만 많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올 2월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달이 될 듯싶다.

2월은 3월을 준비하는 달이자 새로운 시작을 향하는 달이다. 기나긴 겨울을 떨치고 약동하는 3월의 봄을 맞이하는 달이다. 3월을 빨리 맞이하라고 짧은 달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에게는 3월의 입학과 개학, 졸업이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는 초년생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주어지는 달이기도 하다. 세상 만물도 마찬가지다. 겨우내 움츠렸던 모든 것들이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생명에 다시금 활력을 되살리는 시기다. 시냇가에 졸졸 흐르는 냇물도 버들강아지와 함께 봄을 알리는 2월이다. 2024년의 2월은 코로나로부터 해방된 2월이기 때문에 더욱 평화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얼마 만에 느끼는 2월의 정취인가 싶다. 코로나가 앗아간 졸업식도 되찾고 코로나로 잃어버린 설도 되찾았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간 사회 분위기는 힘들고 어려운 서민의 팍팍한 삶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올 2월은 서민들의 행복지수가 다소나마 오를 듯싶다. 가족 친지들의 만남이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2월을 맞이한 대한민국이지만 정치만은 낙제점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도 준비 자세가 엉망이다. 규칙을 정하지 않고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소리만 크게 질러대는 형국이다. 비례대표를 준연동형으로 하느냐 병립형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잔머리 경연대회를 벌이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 셈법에만 골몰해 아직도 미루고 있다. 4월 10일이 총선이고 정당들이 예비후보자들의 경선 신청을 받고 있는데도 그렇다.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정치행태를 보인다. 이것이 거대 야당의 책임인지 아니면 야당의 처분만 기다리는 여당의 책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도 모르는 안개 속의 선거제도로 4월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올바른 자세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입시생들은 있는데 입시제도조차 마련하지 않고 입시를 준비하라는 식이다. 선거는 다가오는데 선거구 획정이나 비례대표 선출방법조차 확정 짓지 않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조속히 확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총선에 임할 수 있도록 조속히 결론이 나야 한다.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인들은 말로만 국민이지 총선을 앞두고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모든 만물이 새봄을 향한 준비가 한창인데도 대한민국 정치만 오로지 자기중심적으로 표리부동한 셈법에만 골몰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22대 국회만큼은 새 시대 새 인물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대명제가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월을 허비하는 대한민국 정치판이 한심하고 안타깝다.
세상이 어지럽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는 암울한 전쟁의 상처가 깊어간다. 이러다가 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중동사태가 날로 악화일로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도 늘 불안한 모습이다. 남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틈만 나면 미사일을 쏘아대며 미사일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세상을 다 잡아먹을 듯이 쏘아댄다. 그것이 누구를 위협하고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는 불문가지다. 바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보다 더한 잔학한 전쟁터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상황이 그렇고 보유한 무기들이 그렇다. 심지어 핵까지 자랑하는 북한이다. 과거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동해와 서해로 쏘아대는 미사일이 이런 위기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식으로 국가 안위를 소홀히 하는 정치 행각의 어리석음이 걱정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이다. 한마디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국회의원조차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안타깝다. 이런 사람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를 맡길 수 있는지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전쟁도 유비무환의 자세가 중요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도 선거법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표류하고 있는 정치 세력들의 준동을 단호하게 심판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세상이 어지러운 가운데도 어떻게든 새봄 속의 4월 총선은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적인 심판은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 4일 입춘을 지나 계절은 벌써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새봄을 맞이하는 국민은 약동과 희망,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올 2월은 새로운 도약을 기대된다. 짧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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